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밀려있던 생각을 좀 했습니다.
다들 생각이 많았겠죠.
홈(home), 어웨이(away)
스포츠에는 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스포츠 리그를 막론하고 각 팀에는 연고지가 있고, 홈구장이 있습니다.
연고지라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박민규 씨의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나온 것처럼, 팀에게 있어서나 혹은 팬에게 있어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지요.
늘, 이라고 하기는 어렵고(제가 늘 진지하게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씩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은 늘 홈구장이 아닌 어웨이에서 경기하는 운동선수였습니다.
선수 중에서도 간신히 2군에 있는 정도의, 프로와 아마 둘 다 부르기 어색한 그런 선수.
구장, 경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힘들기도 하고,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겠지요.
투애니곰, 백지와 함께하는 공간은 제가 유난히 좋아했던 구장이었습니다.
이 공간을 좋아하는 아주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굳이 여기에서 말하지는 않을게요.
구장이라고 하니까, 흡사 제가 여기 저기 많은 곳에서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그래서
마치 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제가 경기할 곳이 많기나 하겠습니까.
구장이니, 경기니 순전히 비유들에 불과하죠.
제가 어웨이에서 경기하는 기분이라고 했지만,
어웨이 구장에서 경기를 한다고 해서 선수가 그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가 의미 없다거나, 재밌지 않다는 것은 전혀 아닐 겁니다.
사실 홈구장에서 경기해본 적이 없지만 말이죠. 허허.
그러나,
힘들거나, 혹은 갑자기 모든게 낯설게 느껴지곤 할 때면
어떨 때는 이를 악물어보기도 했고, 질겅질겅 껌을 씹어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여러모로 쉽지 않네요.
홈이니 어웨이니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냥 좀 지쳤나 봅니다.
소질도 체력도 없는 사람인가봐요.
사실, 홈(home)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홈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몇 년이 지나든, 몇 십년이 지나든 늘 힘든 일일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은 막막하네요.
뭔가 좀 명확한 것을 제 스스로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으면 했는데.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밤공기는 차가워져 가는데
결국 모르겠다는 말 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래서
저는 잠시, 사라져 있겠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어떻게,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라진 상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스포츠에도 시즌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이번 시즌이 끝나고 다시 새 시즌이 찾아오면
저도 다른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지도 모르지요.
*
이런 이야기는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하는데,
운을 떼기도 어렵고 또 제가 말은 잘 하지 못하는 지라 글로 정리해보려 했지만
역시 아직 제 스스로도 정리가 잘 안되네요.
제 상황을 비유로만 설명한 것도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런 식이 아니면 구구절절, 심하면 구질구질이 될 것 같아서요.
나만 힘든 척해서 미안합니다. 다들 힘든 거 알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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