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해 마지막 날의 깊은 밤, 더구나 벌써 밤이 새고 있다. 이미 나의 생명은 적어도 그 일부분은 이처럼 변변치 못한 글을 쓰는 데 소모되었고, 더구나 그렇게 하여 얻는 것이라곤 언제나 내 영혼이 거칠어지고 군더더기 투성이가 된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애착심조차도 갖고 있다. 외냐하면 그것은 내가 바람부는 모래밭에서 뒹굴면서 살아온 흔적이기 때문이다. 자기도 바람과 모래 속에서 뒹굴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뜻을 알 터이다.
[화개집 머리말 중]
저번주에 선은이가 암송했던 구절이죠?
처음에 이 구절을 보고 ‘나도 바람과 모래 속에서 뒹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정말........루쉰 좀 이해하고 싶습니다.ㅋㅋ
요새 주위에서 루쉰 어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참 막막해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예전에는 루쉰의 허망함과 고독에 매료되어 있었어요. 위의 구절 같은 것에 말이죠.
그런데 요새는 ‘내가 도대체 어디서 고독함을 느낀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은 루쉰이 고독이나 적막함을 느끼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바들바들 고독이나 적막함을 이겨내면서 살아왔다고도 생각하진 않아요.
그는 바람과 모래 때문에 거칠어진 영혼마저 사랑하고 있잖아요?
이 구절에서 그의 고독이 보인다면 그건 움켜쥐고 숨겨야 할 대상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고독은 루쉰이란 사람, 혹은 그의 삶 자체로 느껴지네요.
근데......거친 영혼을 가진 루쉰에게 씁쓸함이나 가슴절절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갑자기 공포가 느껴지네요.;;;;
악! 하고 소리지를 정도의 공포는 아니고 흠칫 놀랄 정도의 공포랄까....
이 공포는 뭐지?-_-? 밤이라 그런가?
하긴, 거칠어지고 군더더기가 많아진 자신의 영혼, 바람과 모래의 흔적들에 애착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하죠.
아..........무서운 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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