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잔잔2010. 11. 5. 01:47

덕충부를 시작했다.

덕충부德充符, 덕이 가득찬 표시라는 말이다.
그 시작에선 발뒤꿈치가 베이는 형벌을 받은 노나라의 왕태라는 사람이 나온다. 
이런 왕태를 두고 공자와 그의 제자 상계가 서로 문답을 주고 받는다.

왕태는 형벌로 발이 잘린 사람인데도 그를 따라 노니는 제자들이 공자와 맞먹어는다 하니, 공자의 제자 상계가 놀라 묻는다.

"왕태는 서서 가르치지도, 앉아서 토론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그에게 빈 채로 와서는 채워서 돌아갑니다. '말없는 가르침不言之敎'이란 게 있는 것입니까?"

그랬더니 공자가 답한다.

"왕태는 성인聖人이다. 때문에 장차 나도 천하의 사람들이 왕태를 따르도록 인도하고 싶다."

여기서 다시, 공자와 그 제자들의 주특기! 계속 묻고 답하기가 이어진다.
상계는 성인이라는 왕태의 마음씀씀이가 어떤지, 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계속해서 묻는다.
그리고 공자는 계속해서 답을 해준다.

그리고 상계가 네 번째로 이렇게 물었다.

"왕태는 자신을 위해서, 지혜에서 그 마음을 얻고, 그 마음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常心'을 얻는데 어찌 사람들이 그에게 모이는 것입니까?"

공자가 답한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거울 삼지 않고 그친 물을 거울 삼는다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오직 그침이 능히 그칠 수 있고, 무리를 그칠 수 있다 
唯止能止衆止.


 

흐르기를 그친  물.
보통 그렇게 고인물은 썪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외려
그 잔잔히 멈춘 물에서 사람들은 거울을 삼아 자기를 비춰본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친 물은 왕태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발이 잘린 왕태를 거울삼아 자신을 본다는 것.
예전에 읽은 신영복 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대충 이랬다.

물로 거울 삼던 시절의 얘기다.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물을 거울 삼지말고 사람을 거울을 삼아랏!


왕태를 거울 삼아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거기서 덕의 가득한 표시德充符를 볼 수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그친 물이 불러오는 무리의 그침衆止이란 건 또 뭘까?

 


영화 <몽상가들> 중 "거기에서 벗어나 다른 걸 보길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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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잔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