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작업실2010. 12. 9. 00:57

안녕 우리 백지연극단. 왜 북한의 꽃봉오리연극단이 생각나는 것일까?

백지 연극단이라고 하니까 신선하도다.

적당히 촌티도 느껴지지마는 담박한 맛이 있는 것 같아 소인은 만족하는 바이다.


그럼 다시, 우리 백지 연극단 안녕!

요즘 무슨 생각들 하며 살고 있는 것인고?

학술제 끝나고 겨우 3일 지났을 뿐인데, 뭐가 이리 허전한 건지.

월요일 저녁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보려고 일찍 서경재에 들어갔다가,
그 큰 집에 덩그러니 혼자 있으려니 공허한 느낌이 들더이다.

혼자 쓰밍의 대사를 외워 보기도 하고, 칠근이가 사온 콘후레이크도 야금야금 맛보았는데!

도무지 정신이 차려지질 않는 것이외다. 정신을 차리고 싶은 맘도 없었는지 모르지.

그래서 강 건너 산 너머 사는 소디네 집까지 갔다네. 혼자 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요즘 소디는 인생살이의 비애를 자주 느끼는 것 같다네.

왕룽 할머니는 가끔 한 숨 쉬는 모습이 발견되곤 하고

꾸어똥 이 망할 놈은 잠적해버렸네, 학교도 세미나도 다 빠져버렸다고 하는군.

아큐는 워낙 지 얘기는 잘 안하는 놈이라 속마음을 알 수가 없고...

칠근이는 이런저런 일들로 바쁜 듯 허고, 웃긴 잘 웃는데 정말로 웃는 건지는 모르겠구려.

왕털보도 갈대처럼 흔들거리고 있긴 한데, 뽑힐 것 같지는 않아 워낙 뿌리가 깊은지라.

바람이 잠잠해지면 우뚝 서겠지?


그렇다네. 친구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지금 당신네들의 모습이 곧 내 모습인 것이라네.

올해를 마무리하기가 참 벅찬 것 같아. 마무리가 뭔지도 애매하고... 참 배운 것들이 많은 1년인데 말이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난 홀로 표류하고 있던 나의 배가 정착했다고 느꼈었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네.
올 1년도 나의 배는 여정의 한복판에 있었어. 다만 물살이 더 거셌을 뿐.
순간순간 위기에 반응하고 긴장하다보면 정작 내가 몰두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게 되어버리는 것 같네.

하지만 정말 올 1년의 여행에서 얻은 좋은 건,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진짜 나, 내 모습들인 것 같아.
해답을 못 내릴지라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할지라도, 여행에서의 나는 무서웠고, 행복했고, 외로웠고, 뿌듯했고 등등의 수많은 감정을 껴안고 사는 나를 아주 조금 알게 되는 것. 난 그게 가장 좋았고, 아팠고 그러했네. 앞으로도 몇 년 간은 그럴 것 같네.


우리 이런 이야기들을 산에 가서 해보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 등산반 아니 백지 연극반 이번 주에 백운대를 등반하기로 하세.

등산간다는 얘기는 이미 마쳤네. 망할 꾸어똥만 빼고 말이지.

꾸어똥의 생사는 어찌 확인할지 좀 더 머리 맞대고 고민 해보세그려.

진달래능선은 길듯하니 화계사 쪽으로 올라가도록 하겠네. (추후 공지 올리겠네)

9시부터 올라 갈테니 기상은 7시에는 해야 할꺼야. (가까이 사는 소디만 빼고)

우리가 내려오면 박감독님도 볼 걸세.


산에 올라서는 오 마이 아큐를 함께 했던 2개월간의 경험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도 좋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나 이야기도 좋고, 그냥 맘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보세나.
그리고 난 정말로 막걸리가 먹고 싶네. 등산했을 때 그 맛은 정말 베리 나이스야.
우리 맛있는 것들도 싸가서 먹도록 하지^^

김밥은 심심한데 족발은 어떤가? 배고프군.

 

 

이곳은 백운대 근처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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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