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심심해서 이야기 하나.

masoume 2011. 1. 26. 19:20

우리 식구들! 그거 아나요?
우리집엔 한 명의 식구가 더 있어요.
이 녀석은 작년 여름부터 저와 쭉 함께 살아왔습죠.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구실에 다녀와 현관문을 열때 면
요녀석이 현관에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놀라 펄쩍 뛰어
제 방으로 도망가곤 했죠.
옷장 옆 틈새에서 밤을 꼬박 새고
저녁이 되서야 슬그머니 나오던 녀석.
여름, 가을을 그렇게 보냈었는데
겨울이 되자 안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죽었나? 했는데
얼마 전에 녀석을 만났어요.
루쉰 파이널 에세이를 쓰겠다고
식탁에 노트북을 얹어놓고 투닥투닥 두드리다가
자는 엄마가 시끄러울 까봐 방문을 닫으려고 일어났어요.
몇 발작 걷자 뭔가가 통! 하고 뛰어오르더니
재빨리 제 뒤로 가더군요.
'헉,! 놀래라.....'
뭐야? 하고 봤더니 그 녀석이였죠.
귀, 뚜, 라, 미


그것도 엄청나게 큰.
오랜만이라 그런지 반갑기도 하고
여태 살아있었나 싶어 장하기도 하고.ㅋㅋ
그리고 도대체 얘는 뭘 먹고 여태까지 살아있나 싶기도 하고.

정말이지 얜 뭘 먹고 사는걸까요? 우리집에 파리나 개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상상해봤는데....
내가 집에 없을 때,
온 집안을 마구 돌아다니면서
나도 모르는 새, 내 몸에서 떨어진 표피들을 먹고 사는 건 아닐까요?
이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것도 사실 내 표피를 먹고 인간이 되기 위해서.ㅋㅋㅋ
일부러 안나가는 거일 수도 있고.
웅녀는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어 인간이 되었건만,
너는 왜 여전히 철 모르는 귀뚜라미니...........

근데 요 몇일 또 안보이네요?
도대체 어디서 살고 있는건지.
아님 출퇴근하는건가?
흠,
혼자 집에 있다보니 고 녀석이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내 첫 동거인(?)에 대한 그리움이랄까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