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e곰 공부방

책정하기..

Journey. 2011. 2. 26. 09:58


여러분 안녕- 글이 좀 늦었죠? 수원에 선재성국님 결혼식갔다가 새벽에 도착했어요. 미안해요.
사실 전 일찌감치 이 책을 읽으면 좋겠따 하는 걸 정했었는데 말입니다..지난 목요일 도서관을 방문해서 한 5시간 정도 책 더미에서 파묻혀있다가.. 여러 개 중에 고민하지도 않았어요, 여러 권 보기는 했지만. '아, 이거다' 하는 걸 딱 만났다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곰형님과 지하철에서 오랫만에 대화하며 또 생각이 바뀌었네요.. (방향이 바뀌었다고 해야하나?)


일단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책은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 다원적 공공 정치를 위한 철학』(폴 슈메이커 지음, 후마니타스 출판)인데요. 원제가 『From Ideologies to Pubic Philosophies : An Introduction to Political Theory』인 만큼.. 근대 이후의 주요 정치 이념들을 역사적 · 분석적 · 총체적으로 다룬 정치철학 개설서입니다. 정치이념들의 별자리를 안내해주는 천체도 또는 정치사상의 바다에서 방향을 알려주는나침반 같은 저술이라고 할까요?
정치철학개설서가 왜 읽고 싶었느냐 하면.. 내가 잘 모르는 정치 이념들과 거기서 비롯된 개념과 정의들이 실제 우리 사회, 현실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걸 이용해서 설명되어지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할까. 그리고 한 가지 더는 그런 수많은 정치적 입장들 가운데 나는 어디에 서려고 하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가를 말할 수 있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옮긴이 서문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을 때 나는 흥분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설령 어떤 정치 이념을 열렬히 추종하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전제하는 철학적 가정을 명확하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정치 이념의 저변을 이루는 철학적 가정이라는 개념이 금시초문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슈메이커 교수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내놓기 이전에, 어떤 근본적인 철학적 가정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철학적 가정을 먼저 이해한 바탕 위에서 정치적 원리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런 분석에 의거해서 자기 정치 이념을 정립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말 이거다! 싶었다니까요. 지금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그 이유까지도 함께 알 수 있었으니까 말예요.
그런데 곰형님의 말씀이 이 모든걸 뒤흔들고 가셨다는..
이런 개념들 공부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좀 더 크게 잡고 가야되지 않겠냐고. 특히 투애니곰에서는.. 그렇게 세밀한 주제로 잡고 들어가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죠. 맞아요. 다 세부적인 관심사가 다르니..  주제어 잡으면서 많이 느꼈지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기 정체성, 아이덴티티, 과업, 화두 . 뭐 그런걸 각자 발견할 수 있는, 그렇지만 자기가 미리 정해놓은 어떤 것에 대해서라기보단 생각 자체를 더 크게 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하지 않겠냐,는 얘기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이번에 고른 책 공부는.. 투애니곰보다는 차라리 자매 세미나로 아님 별개의 정치철학 세미나로 꾸리는 게 더 좋겠죠.  용택이가 말한 것처럼 인물군상을 통해서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거나.. 그런 쪽이  저런 컨셉에 더 가까울 테고.(사실 약간 걱정스럽긴 해요. 제가 너무 좁은 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좀 더 크게 잡고 간다'는 거.. 내 현실 깊숙이 파고들게 할 수 있을까?라는. 그건 읽는 텍스트의 문제가 아닌걸까요  ^^; 작년 카프카,루쉰으로는 왜 잘 안 됐을까!!)


어쨌든 문제는.. 지금전 무슨 책을 가져가야 한단 말입니까!(곰형과의 대화가 이미 오늘 자정을 넘긴 뒤였으니...)
막연하지말자고 해놓고 막연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밑도끝도 없지만 스피노자의 『정치론』(갈무리) 가져갈게요.
난 어쨌든 '정치'가 궁금해요. 어떤 작은 곳이건. 사람들이 모이면 늘 일어나는 일이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가라는 것.. 아주 중요한 문제라 생각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서 같이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는지도 알고 싶고.. 근데 지금은 책 주제도 주제지만.. 그 책 지은 사람의 삶 자체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줄 만한 힘이 있는 사람이어야 될 거 같아요. 스피노자.. 유대교이면서도 철학 때문에 유대교에서 파문됐다는 게 인상깊었는데.. 어쨌든 '정치'랑 '오래된 책'이랑 '유명한 사람'-_-;; 이랑 교집합 돼있는 거라 골랐어요.. 도서관 들를 수 있으면 좀 더 찾아보고 가겠슴당.(오늘은 지각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