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읽고 싶은 책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
조영래가 쓴 <전태일평전>
마지막으로 <서준식 옥중서한> 입니다.
먼저, 첫번째 베버의 책은.. 한달간 실업자(?)로 지내면서.. 노동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라고 하면 순 뻥이고
일을 안하니까 왜 이렇게 일이 하고 싶을까.. 왜 게으르고 한가하게 지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까.. 불안 때문이라면, 이런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런 것들이 궁금해집디다.
솔직히 이 책.. 엄청 재밌고 그렇진 않습니다. 또 프로테스탄트 윤리=금욕주의 이런 거 현대 자본주의에는 씨알도 안 먹히는 것도 맞습니다. 베버가 이 글 쓴 게 1904년인가 5년인가 그러니까요.. but, '시간은 돈이다'라는 관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 하나만 살펴봐도 무지 재밌을 것 같아요. '시간은 돈이다'라는 생각이 근면신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자명종이나 시간표 등의 틀에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맞추게 한다는 거. 사실 저는 이미 이 신화에 완전히 종속돼있습니다. 거부하려 해도... 저절로 드는 죄책감...
그러니까, 그냥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는 경제적 이유로 자본주의는 설명이 안된다는 거죠. 왜냐면 그런 생각 자체가 전통주의를 대신해 새롭게 들어온 윤리니까! 뭐 요즘 우리는 베버가 분석한 것처럼 구원 받기 위해서 금욕하며 힘든 노동을 감내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 자기계발, 소비욕 때문에 일한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노동을, 노동하는 사람을 문화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베버의 저작은 앞으로 노동하면서 살아갈 (혹은 안하면서 살?) 우리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거라 생각합니당..
보통 노동운동에서 많이 듣는 말이 '노동자의 권리보장' 이런 거잖아요. 일할 수 있는 자유..
근데 이 책은 아예 노동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자고 얘기한답니다. 2년 전에 맑스저작선집 사느라 서점 기웃거리다가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제목 봤을 땐 굉장히 쇼킹했었는데.. 지금보니 뭐 별로 그렇지도 않네요 ㅎㅎ (지은이 라파르그가 맑스 사위래요..)
<전태일 평전>은 예전부터 꼭 한번 읽어야지 했던 책인데 못 읽었어요 아직. 이 책이야말로 한국노동운동사에서는 고전이 아닐까!(아닌가..?^^;)
위에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니 이런 거 저런 거 얘기했습니다만.. 또 당장 돈 벌어야 되는 현실도 있죠.. 무엇이 스물셋의 전태일을 죽게 만들었을까.. 지금 제 나이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 현실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서준식 옥중서한> 은 말 그대로 서준식이 옥중에서 쓴 편지들을 묶은 책입니다. 이름이 생소하실 수 있을텐데..서준식 씨는 재일조선인 2세로 도쿄경제대 교수로 유명한 서경식 씨의 형이에요. 책은 꽤 두껍습니다. 도대체 편지를 얼마나 썼으면 이렇게 두꺼운 책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중이던 1971년 '유학생 간첩단'의 일원으로 체포돼 7년 형을 마쳤지만 사상 전향을 거부함으로써 다시 10년을 더 살아 총 17년을 옥중에서 보냈고, 1988년 비전향 좌익수로서는 처음으로 석방되었습니다.
뭐랄까 이분이 말하는 진보, 인권은 혀가 아니라 몸으로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답답하다 싶을만큼 한길을 걸어갔지만 그 모든 것이 결정된 건 그의 나이 스물넷의 일. 이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살았는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머리말의 한구절을 남깁니다.
"나를 위해 산다는 것, 그것은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산다는 것과 일치되어야 하고 나아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산다는 것과도 일치되어야 한다. 진보주의자에게 구속은 곧 자유이다. 구속을 자유로 만들기 위해 진보주의자는 기꺼이 '금욕의 아픔' 속에서 살아간다.
초조해 하지 말 것. 참을성 있게 진보의 길을 갈 것. 희망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상황이 어려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우리의 나약한 정신은 불안한 나머지 뭔가 구체적이고 '확실한' 것을 붙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리기에 급급할 때 사람은 이상과 희망을 잃고 현실 속에 매몰된 실용주의의 길을 가기가 십상이다. 때로 우리는 최소한의 이상을 잃지 않기 위해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가만히 엎드리고만 있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반드시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고 역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오만에 다름아니다."
2. 곰사형이 읽고 싶은 책
<혜강집>
노신이 애독하였다고 합니다. 작년에 우리가 읽은 문집에도 나왔었지요
<네루다 전기>
사랑과 혁명과 시
세 개 다 너네가 좋아하는 거 아니냐며.... 미소를 날리시던....하하하
이렇게 두 권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어제 물만두 먹으며 잠깐 미팅(?)을 가졌는데.. 책얘기는 별로 안해서리... 정보는 여기까지.
이따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