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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1 다녀왔습니다, [2차 희망버스] 후기 5
  2. 2011.07.05 [백지의 육하원칙] 및 공지 7
이야기2011. 7. 11. 21:12

 

 

 


“씨발”

처음 물대포를 맞았을 때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입니다.

미친 듯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걸어왔던 터라 저 정도 물은 장난이지, 라고 생각했던 것은 제 착각이었습니다. 제 순진함이었을까요, 물대포가 정말 ‘물’대포라고 생각했던 것은.

눈물 콧물 흘리며, 뒤에 곤봉 들고 쫓아오는 전경들을 피하려고 정신없이 뒤쪽으로 도망가다 보니,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있던 친구들을 잃어버리고 손발이 색소로 파랗게 된 채 서있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전화해보니 다들 얼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누가 뒤에서 쫓아온다는, 그래서 도망가야 한다는 그 원초적 공포는 사람을 그렇게 멍하게 만드나 봅니다.

그래도 [희망버스]가 늘 “씨발”들로만 가득 찼던 것은 아닙니다. 그 “씨발”의 전(前)과 후(後)에는 의외의 즐거움과 재미가 있었습니다.(의외가 아닌 당연한?)

부산에 도착해서는 처음 만났던 빈집 식구들, 희사, 잔잔, 여름과 함께 돼지국밥 한 그릇을 안주삼아 시원(C1)을 마셨습니다. 처음 먹어본 돼지국밥은 참 맛있었어요.(비 올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요.크으)

돼지국밥을 먹고 나오니 빗발은 점점 거세지더군요. 김진숙님을 만나기 위한 행진을 시작했을 때에도 장대비는 계속되었습니다. 장대비 속에서 행진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구호도 외치고, 노래도 부르고. 연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시위하고, 물대포를 맞고 새벽이 다되니 힘들어서 정말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앞으로의 몇 시간을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목욕탕에서 씻고, 조금 쉬고 나니. 무엇보다 아침밥 먹고 나니까 좀 살 것 같드만요.

밥하니까 생각나는데,

이번 희망버스를 통해 새삼 알게 된 것은 친구들과 밥 소중함입니다. 시위현장에서 옆에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어찌나 안심이 되는지요. 또 반대로 친구들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던지요. 물대포를 쏠 때도 옆에 한 명이라도 친구가 있다면, 눈이 따가워도 참을만 한데, 친구들과 헤어져서 옆에 모르는 우비들만 즐비할 때에는 전경들이 수십배로 무서워지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역시, 사람은 위장이 비면 안 됩니다.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것이지라우.

저에게 부산은 이렇게 다시 한 번 기억됩니다.
밀면, 해운대, 피프 광장, 여름과 해변의 도시가 아니라
돼지국밥, 소주, 영도다리, 장대비, 물대포, 노래, 85호 크레인,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7천 명의 ‘꽃’들이 함께 있었던 곳으로 말입니다.
 

요즘 연극하는 백지, 투애니곰에서도 소통이라는 화제가 심심찮게 등장했는데요.
이번 희망버스를 통해서 제가 소통할 세상이 어떤 곳인지, 그 중 한 단면을 보았습니다.
(부산가는 버스에서 읽었던 김진숙님의「소금꽃나무」도 여러 생각을 하게 했는데, 이 얘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써보고 싶네요.)

제 몸 속에 잠자고 있던 분노세포가 조금씩 깨어나는 걸 느낍니다.
물론 감정뿐만 아니라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로 이렇게 적어놓으니,

여행후기의 느낌이여서, 많은 것을 담아내지 못하는 제 문장들이 한탄스럽기 그지없네요.

신발을 몇 번씩 물에 씻어도 파란 색소가 계속해서 나옵니다.
그래도 물대포 색소가 파래서 다행입니다. 전 파란색을 좋아하거든요.

이번 여름 처음으로 수박을 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직접 수박 한 통을 사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고생한 제 자신에게 주려구요. 친구들도 다들 잘 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몇장 찍었는데, 밧데리도 없고 비도 많이 와서 거의 못 찍었어요.
희사, 잔잔, 여름. 잘나온 사진이 거의 없지만, 곧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다들 고생많았어요. 토요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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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백지 작업실2011. 7. 5. 19:17

 

지난 백지 모임에는 용택군과 혜원언니가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한 관계로 여성동지들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이 오붓함은, 치열함의 다른 말이지요. 윤미가 만들어준 스파게티도 먹고, 아림이가 사온 제주 설록차도 마시며, 간간히 생활나눔도 하면서, 백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이렇게 보편적인 말로 밖에 표현을 못하는 저의 한계, 흑)

지난 모임의 키워드는 [백지의 육하원칙]이었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이 작업이 저희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연극 연습을 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끌어온 것은 무엇이었습까?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순수한 우리의 의지에서 나온 동력이었지요. 하지만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듯이 우리에겐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었지요. 똥구멍에 힘 좀 주기위해! 우리의 육하원칙을 정해봤습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너희들 정체가 뭐냐?’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말해줍시다.

오랜 얘기 끝에 나온 [백지의 육하원칙]입니다.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두둥!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연극을 하는가.

1. 누가 : 돈 없고, 무식한 20대 초중반, 대학 주위를 떠도는,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 극단

2. 언제 : 2011년 여름에서 가을

3. 어디서 : 서울(남산 밑)

4. 무엇을 :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을 연극 「Oh, My 阿Q!」으로 만들어 공연

5. 어떻게

: 1) 역할 나눔(실무) : 연출, 조연출, 소품조명담당, 음향담당, 시나리오담당(작가), 회계

: 2)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소설 「아큐정전」의 세계를 재현한다.

6. ★왜(우리의 message) : 우리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고 주인이 되기 위해 연대하자.




이 육하원칙이 어떻게 나왔는지, 간단히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의 경우는 다들 쉽게 이해하실 테고,

[누가] : 백지를 하는 우리들은 누구인가요? 우리를 얘기할 수 있는 타이틀이 바로 “돈 없고, 무식한 20대 초중반, 대학 주위를 떠도는,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 극단”입니다

곰사형 말처럼 돈 없고, 무식한 게 자랑은 아니지만! 실제로 우리가 그렇잖아요. 호호.

대학을 휴학한 사람도, 졸업한 사람도, 지금 대학에 다니는 사람도, 앞으로 대학을 다닐 사람도 있으니 대학 주위를 떠돈다고 할 수 있죠.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 극단의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써놓고 보니, 앞으로 백지가 만나고 소통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또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을지 막연하게나마 그려지더군요.

[왜] : why? 가 바로 우리가 왜 이 아큐정전으로 연극을 하는가. 이 연극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바로 우리의 "message"가 담겨 있습니다. 이 “왜”를 정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 아림이의 아큐정전 책 해설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

해설에서는 아큐의 비극적인 삶의 원인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1) 지배계급 인물들의 가해 2) 민중의 자해 3) 아큐 자신의 어리석음★

이것을 참고로 해서 우리가 연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봤습니다. (연극의 앞, 뒤 분류는 대강의 느낌일 뿐, 연극을 정확히 둘로 나눈 분류는 아닙니다. 연출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연극의 앞부분 : 아큐를 둘러싼 사회권력, 폭력을 이야기 합니다. 아큐에 대한 연민이 보여질 수 있겠지요.

1) 루쓰, 짜오, 지보 등 지배계급들의 아큐에 대한 폭력

2) 술꾼, 조리돌림 군중들이 대표하는 구경꾼들의 또 다른 폭력.

-연극의 뒷부분 : 아큐의 어리석음이 아큐를 비극적인 결말로 내모는 과정.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결국 아큐를 비극적으로 내모는 것은 “아큐 자신의 어리석음”입니다. 아큐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입니다. 아큐의 어리석음은 단순히 정신승리법, 노예성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욕구 욕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 “아큐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좀 더 얘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why?를 하나의 문장으로 결론 내리기가 어려운 탓에 key word를 우선 뽑아보기로 했습니다.

[욕구, 욕망, 노예, 주체, 연대] 가 나왔습니다.

아큐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분명 노예의 방식이지요. 자신의 삶에 주체가 되지 못한 삶 말입니다. 저희는 만약 아큐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또 다른 아큐들(소디, 우어멈, 술꾼 등)과 연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아큐들의 연대”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곰사형曰) 아큐들끼리는 연대할 수 있을까요? 또한 아큐들끼리 연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불가능하면 불가능할 수록 또 다른 접점이 있겠지요. 모여서 더 이야기 해봅시다.

저희에게 버겁기고 한 주제들이지만 과감히 한번 짊어지고 가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100년 전 아큐의 이야기를 재현하려는 것은 이 아큐정전의 텍스트가 지금 우리 시대에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들도 우리를 둘러싼 여러 권력 때문에, 또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에 또 한사람의 “아큐”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 번 모임에서 이야기 나온 것을 이 정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제가 올린 것에 빠진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지적해주세요.


# 이번 주 백지는 희망버스(여름씨가 올린 공지 참조)를 타고 부산에 갑니다.

출발하기 전에,

김진숙 씨의 책「소금꽃나무」읽기가 목요일, 금요일 밤 10시에 빈가게에서 있다고 합니다.

희망버스 기대되는군요. 부산에서 백지는 어떤 모습일지, 후훗.

+ 팔월 첫주에 일주일간 합숙훈련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다들 어떠신지.
   그리고 공연 날짜 잠정적으로 8.20 토요일로 잡혔어요. 참고해주세요. (잔잔씨 감사감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