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2011. 4. 14. 15:28
지난 일요일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원주에 찾아왔습니다.
다큐감독 용택군과 혜원언니, 혜원언니 친구 낙타 분까지요.

맛있는 것도 먹고 박경리 토지문학관도 구경하고 제 자취방과 학교까지 돌아댕겼더랬죠.
마지막 헤어지기전에는 막걸리도 마셨습니다. 호호.

다큐를 찍는다고 해서 내심 부끄럽고 긴장되었지만, 막상 사람들만나니 원주나들이 하듯 편했습니다.
다만 지금생각해보면 인터뷰 때 이 얘기는 꼭 할 걸, 그 얘기는 하지말 걸 아쉬운 생각도 들더라구요. 흑.
앞으로도 백지 멤버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을 기회를 자주 만들었으면 좋겄어요. 
다른 멤버들의 다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아, 언제 원주에 다들  놀러오세요. 치악산 등반합시다.
이번 토요일 상주 재미나게 놀다오세요. 저는 같이못가는 만큼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겠습니다.
 
봄맞이 축제 때 낭송하고 싶은 시 올립니다. 조금 길지만 좋아하는 시여요.
혜원언니 시화그려주세용용.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김경주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
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듯 흔
들리지만 눅눅한 불 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
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
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
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
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
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 냄새가 올라
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가 도시
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게스
트 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젊은 붓다가 비린 손가락을
물고 검은 물 안을 내려다보는 밤, 내 몸의 이역(異域)들
은 울음들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구구절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3) 2011.08.26
칼과 칸나꽃 *  (0) 2011.05.24
오랜만에 다시 구구절절  (2) 2011.03.15
니몽의 구구절절6-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1) 2010.12.22
윤미입니다^_^  (4) 2010.12.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