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011. 2. 10. 14:18


설 연휴는 아니지만 뒤늦게 안부 인사
나는 숙제라서 계속 신경쓰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윤미 누나밖에 안 올렸군
이번 주 토요일은 간식의 향연....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막상 스케쥴이 짜지다보니 주 5일까지는 아니고 주 3일, 4일 정도로 나가고 있어요
오늘도 한 2시간쯤 후에는 일을 하러 가야합니다
처음에는 진짜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지만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 적응이 되네요
게다가 훨씬 더 힘든 일들도 많다고 생각하니 견딜만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택배 상하차 알바....
체대 졸업생들이 하다가 포기하고 도중에 추노를 찍는다는 전설의 아르바이트입니다
한참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이것도 해볼까 하고 연락처를 적어놨었는데
안해보길 다행이네요... 잘못하면 정말로 허리 나간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설거지 쯤이야 뭐

그리고 딱히 하는 날이 없을 때는 집에서 컴퓨터를 하면서 빈둥거립니다
중 2때까지 한참 봤었던 WWE가 요즘 재미있네요
근데 요새 하는 건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없어서 별로고...
옛날 영상을 찾아보고 있어요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프로레슬링을 Show라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무한도전 WM7 특집 때 멤버들이 보여준 것처럼
이것만큼 몸 작살나는 스포츠도 또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한국 프로레슬링의 부흥은 고사하고
이 업계의 대표 단체인 미국의 WWE도 기울어져 가는 것 처럼 보이니 아쉽습니다

얼마 전에는 극 연구소 '마찰'에서 메일이 왔어요
예전에 금요비극회 할 때 고헌씨랑 안티고네 누나와 같이
이 극단이 하는 '햄릿 머신'이라는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출석부에 이름이랑 메일 주소를 남겼었거든요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부 메일이 왔네요
2월 24일, 25일, 26일에 다시 한 번 '햄릿 머신'을 공연한다고 합니다
티켓 가격은 따로 없고 자율적 후불제에요
저번에 이 공연을 봤을 때에는 극장이 따로 없이 어떤 카페를 빌려서 했었는데...
이번에는 LIG 아트홀을 섭외한 모양이에요
우왕 뭔가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이 공연을 한 번 보러 가는 것도...

어제는 무릎팍도사에 게스트로 소설가 공지영이 나왔습니다
본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공지영이 글을 채 두 문장도 쓰지 못하는 심각한 슬럼프에 빠진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문단에서도 공지영이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거라고 수군거렸다고 하고요
게다가 그녀한테는 막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자녀가 있었지요
인상깊었던 것은 이렇게 생계의 문제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공지영은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써야겠다"
"다시는 펜을 놓지 말아야겠다" 라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원고지 100매 짜리 단편 소설을
무려 6개월에 걸쳐서 간신히 간신히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우리 백지에게도 그렇고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우리가 뭐든 못할까요

음 끝으로 요즘 제가 읽고있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봉인된 시간'이라는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소개하겠습니다 (구구절절에 올려야하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영상시인'이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영화 감독인데요
이 사람 영화를 처음 보면 무지막지하게 졸리지만
두 번 세 번 보면 진짜 숨막히게 멋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스탤지어'를 추천...
아무튼 그가 자신의 영화론을 쓴 '봉인된 시간'이라는 책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는 꾸며낼 수는 없는 것이다 ; 이 사건들은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고 소위 영상적 사고(思考)의 예와는 긍정적
으로 구분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형 집행 명령 위반으로 총살을 당하게 되었었다. 그들은 어느 병원의 담벼락 앞, 더러운 물구덩이 한가운데에
서 기다리고 있었다. 때는 마침 가을이었다. 사형수들에게 외투와 구두를 벗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무리 중의 한 명이 무리에서 벗
어나 구멍투성이의 양말을 신은 채 한참을 물구덩이 속을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일분이 지나면 전혀 필요가 없게 될 자기 외투와
장화를 내려 놓을 마른 땅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 : 어떤 사람이 전차에 치어 한쪽 다리를 다쳤다. 사람들은 그를 어느 집의 벽에 등을 기대어 앉혀 놓아서 그는 호기
심으로 모여든 구경꾼들의 염치없는 눈총을 받으며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급기야는 이 상황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
하고 바지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자신의 흉칙하게 잘려나간 다리를 덮어 가렸다.

이것을 두고 타르코프스키는 '강렬한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두 에피소드의 공통점이라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이겠지요
몰랐는데 저는 이런 장면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큐가 조리 돌림을 당할 때 '노래 한 소절'에 전전긍긍하는 것도
같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토요일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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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