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먹는, 그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
l ‘식인(食人)’의 공포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
루쉰의 <광인일기>는 어는 피해망상병을 앓은 남자의 이야기다. “오늘 밤은 참 달이 밝다(루쉰 소설전집,P12)”. 일기는 맑게 갠 밤 하늘에 뜨는 달의 묘사부터 시작된다. 캄캄한 어두움 속에서 달은 맑은 빛을 던져온다. 남자는 혼자 하늘의 빛과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생각한다. “어다까지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P12)”.
남자의 병은 사람들이 자기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피해망상이다. 밖에 나가면 모든 인간이 “해치려는 이상한 눈초리로(P13)” 자기를 째려보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여자가 “너를 물어뜯어 놓겠다!(P14)”라고 소리를 치르고 있다. 집에 소작인이 오면 맞아죽은 사람의 내장을 먹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사 책을 찾아봐도, 책에는 “식인”의 글자가 가득 차 있다. 남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끼(P14)”차며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이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다면 나라고 못 잡아먹을 리가 없을 것이다(P14)”.
그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잡아 먹는 사람들’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간다. 사람들은 그가 미쳤으며 의사를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는 잇달아 새로운 ‘진실’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사실은 “사람을 잡아먹고 싶어하면서도 수법이 비겁하고 음흉하며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감히 덤벼들지 못하(P17)”고 있다는 것, 자기의 친 형도 자기를 먹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는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의 동생”이며, 만약에 “나 자신인 잡아먹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의 동생인 것(P18)”을 깨달은다.
모두가 자기를 잡아먹고 싶어하고 있다는 남자의 확신은 나날이 커져간다. 남자는 묻는다. “사람을 잡아먹는 일이 옳은 일인가?(P20)”.
그리고 사람들에게 외친다. “너희는 고칠 수 있어! 진심으로 마음을 고쳐먹으라구! 이제 멀지 낳아 사람을 잡아먹는 놈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해!” “너희가 마음을 고치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결구 먹혀버리고 말거야. 설사 줄줄이 낳아서 늘어놓는다 해도 잔정한 인간들에게 멸망당하게 될 거야! 마치 사냥꾼이 늑대를 모조리 잡아죽이듯이—벌레처럼 말이다!(P24-25)”.
남자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묻는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 알게 된다. “4천 년 동안 내내 사람을 잡아먹어 온 곳, 거기서 나도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4천 년 동안 사람을 잡아먹는 이력을 가진 나는 애초에는 진정한 인간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몰랐지만 지금을 똑똑히 알고 있다!”. 그의 마음의 외침은 이렇게 끝난다. “사람을 잡아먹어 본적이 없는 아이들이 혹 아직도 있을지? 아이들을 구해야지…..(P25-26)”.
l 사람이 사람을 먹는 세상
남자는 광인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남자가 느끼고 있었던 것, 그것은 정말로 ‘이상한’ 것이었을까? 그가 보고 있었던 세상은 우리가 보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미친 세계일까?
우리는 날마다 누군가가 살인 당한 이야기를 들며, 때로는 아주 무서운 뉴스에 접하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는 자기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습격하는 세상, 사람이 사람을 먹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다만 그런 것을 들어도 처음부터 보지 않기로 하거나 나에게는 상관이 없는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는 이 사실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린다. 그는 확신한다. 사실은 모두의 마음속에는 “사람을 잡아먹고 싶은 생각이 가득 차” 있음이 틀림없다고. 그리고 자기야말로 먹힐 거라고.
그러나 그는 “자신도 몰래 사람을 먹은 적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도 4천년의 식인의 역사를 가지는 인간의 일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만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남자는 마지막에 아이들에게 미래를 걷는다. 우리는 무엇에 미래를 거는가. 나는 아직 이 답을 찾느라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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