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인의 삶> 포스터.
*
다큐를 영화관에서 보았던 것은 처음이고, 후기를 쓰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네요.
저는 다큐를 좋아하는 편인데, 자주는 아니지만
텔레비젼에서 가끔 <인간극장>, <다큐멘터리 3일>,<KBS 스페셜> 등등이 나오면 잠시 채널을 멈추고 보곤합니다.
제가 다큐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람' 때문입니다.
소설, 드라마, 영화 등 요즘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 혹은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도 감정이입이 쉽게 되는 저이지만, 어디까지 이들은 픽션이기에
제가 그들로 부터 느끼는 감정들도 가끔씩은 '픽션'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에 비해 다큐는 '논픽션'이니까요. 다큐의 인물들도, 그들을 통해 느끼는 제 감정들도 '논픽션', 날 것의 느낌이 듭니다.
*
다큐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그 한사람 한사람이 '타인의 삶'입니다.
요즘 제가 연극모임을 하면서 계속 생각하는 것 또한 '타인의 삶'입니다.
아큐를 이해하고, 짜오나으리를 이해하고, 지보를 이해하고.
저는 다른 사람을, 혹은 그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뭐랄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더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 <잃어버린 벽>의 소개 책자를 봤을 때, 제가 생각한 내용은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시각장애인의 어려움, 이 정도 였습니다.
아아, 그런데 다큐를 볼수록. 이것은, 리얼 다큐 사랑과 전쟁?
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람핀다고(믿는) 여자친구를 향한 주인공의 집요한 집착. 거기에 묘한 정신승리.
다큐를 보면 볼수록 이 인간은 뭥미,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남자 주인공이 참 특이하긴 했습니다만,
다큐를 보고 원주로 가는 기차에서 저는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다큐 내용보다도요)
인간이 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구를 '이해한다'라고 말하는 것, 그것은 사실 위선이 아닌가.
다큐 속 주인공 남자의 삶을 이해하는 것,
혹은 내가 저런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상상 조차 가지 않더군요. 약간 슬퍼졌습니다.
문득,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자신도 그렇게 어딘가로 넘어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얘기를 들으며 성재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존재다.
왜 사느냐면 바로 그 때문이다."
-김연수,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
아마 우리는 당연하게도, '타인의 삶'을 완벽히 이해할 수도, 살 수도 없을 겁니다.
'이해'라는 것. 좀 더 배워보고 싶네요. 같이 백지하면서, 투애니곰 하면서요.
*
아, 혹시 이 다큐 중간에 잠깐 나왔던 토마토 계란 볶음 기억하시나요?
아주 잠깐 나왔는데요, 토마토 계란 볶음은 중국에서 흔히 먹는 요리중 하나라네요.
계란과 토마토만 있으면 쉽게 할수 있어요. 자취방에서 해먹었는데 의외로 맛있더라구요.
네, 이것으로 후기를 마칩니다.
*
그리고,
지난번 모임 때 이야기 했어야 하는데, 뒤늦게 할머니 구순잔치가 이번주 주말에 있다고 연락이왔어요.
그래서 고향에 꼭 내려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백지, 투애니곰 모임 둘다 빠지게되었습니다. 윽윽. 죄송하여요.
숙제는 올리겠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에세이 > 생명연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 : 무게의 진실 (1) | 2011.07.26 |
---|---|
그, 얼굴들 (0) | 2011.06.28 |
[바람난, 니몽을 찾아서] prologue (2) | 2011.05.15 |
씨리우, 그 사람의 의미 (3) | 2011.05.14 |
역사,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 (0) | 201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