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생명연습2011. 4. 29. 10:08

2NE곰 다이허우잉『사람아 아, 사람아』 에세이#1


역사,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


“역사는 왜 내 어깨에 무거운 짐부터 지우는가?(p.330)”

  어린 학생인 한한은 이렇게 말한다. 역사 앞에 선 인간들은 늘 그렇듯, 탄식한다. 역사여, 아, 역사여. 쑨위에, 허징후, 쉬허엉종, 자오젼후안. 이들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역사의 무게를 지울 수 없는 자들을 보노라면 안쓰러움과 함께 묘한 질투심 같은 것을 느낀다. 그 질투심은 그들이 가진 감각, 아마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역사에 대한 통각’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들을 나는 수많은 픽션들에서 보아왔다. 그 매체가 소설이건 영화가 되었건, 아니면 사람들의 국적이 한국, 중국 그 어디가 되었든 간에 말이다. 분명 그들의 삶은 하나의 ‘논’픽션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에게 그들의 역사, 고통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픽션’ 그 이상, 이하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는 앞서 말한 질투심, 어쩌면 열등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글쎄, 개개인의 고통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을까. 말하자면 나의 일상에서 오는 시시콜콜한 아픔과 그들의 파란만장한 고통을 저울의 양 끝에 올려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순간 나는 주눅이 든다. 나의 일상이, 그들의 역사 앞에서 무색하게 될 때 말이다. 물론 나는 역사를 짊어진 자들을 향해 땡깡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부정할 수 없이, 나 또한 나의 역사, ‘논픽션’으로서의 역사를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들과 다른 역사를 살아갈 뿐이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추상적인 말이지. 그러나 역사를 만들고 역사를 추진시키는 요인, 특히 인간은 구체적이고 복잡 다양하며 그야말로 신비로운 존재야. 더불어 시대의 무거운 짐을 질 사람을 우리가 기다려서는 왜 안 된다는 거지? 한 민족의 역사, 한 시대의 역사는 수천 수만 명의 역사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야. 그 모이는 과정에서 누구나가 각자의 역사를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p.345)”


  “누구나가 각자의 역사를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라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역사를 걸어가고 있다. 단지 나의, 우리 세대의 역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압이라고 한다면 소설 속 이들에게 역사는 그들을 짓누르는 물보라의 수압과 같은 것이다. 내 주위를 알게 모르게 채우고 있는 공기. 나에게 역사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경향성’이라 답할 것이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대체로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흐름.

  앞서 나는 그들이 가진, ‘역사에 대한 통각’에 대해 말하였다. 이것에 대해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왔지만, 사실 나는 계속 ‘무엇인가 나의 곁에 있음’을, 무엇인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는 통증(날카롭지는 않지만 답답하게 누르고 있는)은 나와 동시대를 사는 이들이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혹은 강렬하게 느끼고 있을 역사, 픽션이다.



***

에세이 미리 올립니다.
에세이를 읽어보니 뒤가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무엇인가 나의 곁에 있는' 역사의 감각들은 도대체 무엇인지.
좀 더 제 얘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쓰려니 감상만 떠다니고 글자가 되지 않더라구요.
어렵네요.

전주 잘다녀오겠습니다. 내일, 즐거운 세미나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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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