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이번 '구구절절'은 아직 같이 세미나는 하지 않았지만, 루쉰의 잡문 <나는 사람을 속이고 싶다>에서 뽑아봤습니다.
(노신문집6권에 수록되어있더군요.)
장자가 말한 것이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거의 말라가는 물에서 괴로와하는 붕어는 서로 입에 침을 묻혀주며 습기를 나눈다"고. 그러나 그는 또 말한다. "차라리 강물 속에 있으면서 서로를 잊는 것이 낫다"고.
슬프게도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 없다.
제가 처음 루쉰을 접했던 것이 바로 이 구절이었습니다. 서경식 씨의 책 『디아스포라 기행』에 인용되어있지요. 잡문 제목도 마음에 들지만 사실 저는 글의 전체적인 맥락보다는 왠지 딱 이 구절이 마음에 콕, 박히더군요. 루쉰의 잡문 제목인 "꽃없는 장미"처럼 루쉰의 글은 아름다운 장미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장미가시처럼 마음에 꽂히는 구절이 유독 많은 것 같습니다.
유난히 이 부분이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아마 이글이 주는 정서가 제가 개인적으로 부딪치는 일들, 감정들과 비슷하기 때문일 겁니다. 강원도 시골의 작은 동이 거의 모든 대학생활의 전부인 제 일상은 이러한 '지리적 요건'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과 찐하게, 하루하루를 공유합니다. 누군가와 오랜시간을 보내고 깊은 관계를 갖는 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지만, 또한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것을, 거의 3년이 되어가는 "수레바퀴 자국에 괸, 거의 말라가는 물" 속 생활에서 느껴가고 있습니다.
애(愛)보다는 '증(憎)'이 더해지고, 서로의 바닥을 보여주게 되고. 대학에 입학하기전 멋모르는 청소년이었을 때 가졌던, 누구와 함께 생활하고, 무언가를 같이 준비해나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사실 말그대로 환상이었습니다. 물론 제 대학생활이 우울하고 암울한 것만은 절대 아닙니다만, 동아리를 해나가면서 사람들과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여러 어려움을 느낍니다.
오늘도 동아리 문제로 오랫동안 봐오고, 또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바탕했습니다. "차라리 강물 속에 있으면서 서로를 잊은 것이 낫"겠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어찌나 늘 그렇게 찌질한지. 어찌되었건 자신의 '바닥'을 보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강물 속에서는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바닥을, 수레바퀴 자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흙탕에서 서로를 괴롭게 하면서도 "입에 침을 묻혀주며 습기를 나누"는 것이 '붕어'들인가 봅니다. 오늘 하루도, 그래도 잘 마쳤네요. 사람, 아니 붕어들에게는 늘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위로해봅니다. 정말 '구구절절'한 제 사연이 되었군요. 오늘도 내일도 저는 파닥파닥, 잘 살아갈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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