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반은 고양이 새끼고 절반은 양인 별난 짐승 한 마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아버지 소유였다가 상속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으로 된 것은 내가 데리고 있는 동안이고, 전에는 고양이 새끼보다는 훨씬 양에 가까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쪽 요소를 같게 지니고 있는 것 같다......두 가지 종류의 불안, 고양이의 불안과 양의 불안을 그것은 그 내면에 지니고 있다. 퍽이나 종류가 다른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자기 살갗이 너무도 갑갑하다. 카프카 '튀기' 중.
>> 원래는 루쉰 글에서 뽑아 써야 하지만 루쉰 꺼에선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전에 읽었던 카프카에서 올립니다. 문맥을 다 이해했다기 보다는 그냥 심정적으로 와 닿는 글이어서 일부분 취사선택했습니다.
9월 한 달도 다 가고 이제 10월이 시작됐습니다. 학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나 되었습니다. 이미 2학기이지만 저에겐 9월이 마치 대학 입학 첫 날 같이 느껴졌습니다. 1학기에는 학교를 안 나갔기 때문입니다. 나름의 고민과 오기와 그리고 결단으로 내린 결정이었으므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감당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졸업 문제, 가족과의 갈등, 수업을 따라 가는 문제 등.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이미 예상을 했던 것들이고, 또 시간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내 자신이 튀기처럼 느껴진다는 점 입니다.
수유 너머에서 하는 세미나와 학교 생활을 병행한다는 건 단순히 인문학 공부와 과학 공부를 같이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두 공간 모두 뭐라 정의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만, 두 곳을 동시에 다니면서 경험으로써 느껴지는 차이는 명백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양 쪽을 왔다 갔다 하며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게다가 어느 쪽에 가든 잘 섞이지 못 한다는 사실이 무게중심을 계속 이동시키는 걸 더욱 힘들게 합니다. 학교에서는 "수업 빼먹고 수유에 있는 연구실 가는 애, 대안 학교 나온 애, 전공서는 안 보고 이상한 책 보는 애" 로 불려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수유에도 요즘은 잘 섞이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두 공간에 속해있다는 사실, 아니 두 공간 어디에도 제대로 속해있지는 못 한 것 같다는 고민에 스스로가 자꾸 '튀기'처럼 느껴집니다.
글을 쓰다 생각해보니, 세미나 숙제에 전공 공부하기 벅차서 이러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흠. 그렇담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겠지요. 또 든 생각은 무두다 여러 공간에서 무게중심을 옮기며 살고 있는 튀기라는 겁니다. 연구실에만 해도 직장에 다니며 세미나를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학교 안의 학생들도 저 마다 무게중심을 둬야 할 다른 곳 한 군데 쯤은 있을 테니까요.
글을 마치는 시점에서 '아 결국, 난 투정만 한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드니 이 글을 등록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갈등이 됩니다. 갑자기 창피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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