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면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몇몇이 습관처럼 블로그한번씩 찍고간다는 댓글에
글을 써봅니다.
저는 지난 토요일부터 빈집 손님방에서 쌩쌩이와 신혼방을 만들어 살고 있어요.
지지난주엔가는 쌩쌩어머니를 뵙고 인사드렸고 지난 일요일엔 나 어릴적에 같이 살았던 고모랑 고모부를 쌩쌩이랑 만나고 왔지요.
11월 첫주에는 쌩쌩이랑 할머니를 만나러 가기로 했어요.
김제 공연이후에 시간이 엄청 흘러버린 것 같네요.
혜원언니 글처럼 참 여러 기억들과 생각과 다짐들이 뒤엉켜 며칠을 보냈어요.
그러다문득 제몸을 살펴보니..음
지난 주에 아림이랑 쌩쌩이랑 병원에 다녀왔어요. 이제 임신 7주가 넘었대요.
애기는지금 물고기모양을 하고 있지만 제가 받는 모든 자극을 온몸으로 느낀다네요.
^^
애기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는 겁에 질려있기도하다가 한참을 울기도 하다가 또 아무렇지 않아졌다가..
그랬어요. 솔직히 요즘도 그래요. 무섭기도 하고, 갑자기 눈물이 막 나기도 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말했는데
사람들이 다 벙쪄서 표정이 굳어지길래 내가 막 울어버렸어요. 축하해달라고 떼쓰고/// 지금은 빈집식구들이 많이 걱정해주고 있어요. 식구들 배려로 방 하나를 쓰게 됐고요.
또 지난번엔 겉절이 담그는데 고춧가루를 맨 손으로 만졌더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지 뭐에요.
늘 맨손으로 했었고, 아무 일 없었는데. 온 몸이 애기 맞을 준비로 변화하는 거래요.
조심하라고 전처럼 막 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낸다네요.
빠르면 올 해안에 아니면 내년 봄에 결혼할 거 같아요.^^
애기, 결혼, 사랑, 일, .... 갑자기 인생에서 엄청난 주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어요.
아림이와 자주 썼던 말로 하자면 하늘에서 배움이 비처럼 떨어지네요.
임신출산육아 실용서들을 쌩쌩이 자주 보고 있어요.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 될 걸, 하고 누군가 말해줬는데 정말 그럴까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담담한 상태에요.
곰쌤하고 아림이하고지현이에게는 미리 소식을 전했었는데
잔뜩 축하해줫어요.
뭐 선뜻 축하한다는 말이 안 나온다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그치만. 어쨌든 앞으로당분간 제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내년 6월이면 태어날 아기를 건강하게 낳고 돌보는 일이 될거 같아요^^
아림이랑 지난 주에 점심 같이먹으면서 백지 얘길 햇어요. 아림에게 11월 첫주에인도갔다가 내년 1월에 돌아오면 그 뒤로 백지를 다시꾸려보는거 어떠냐고 물었지요. 지역활성화센터에서 20만원 받으면 그걸로 밑천삼아서요. 실은 서울에서 같이 살자고 졸라보기도 하고요.ㅎㅎ
제가 대충 전화로 물어보니 그 돈을 나눠 가질 의향을 가진 사람은 없는 거 같앗어요.
아림이 틈틈이 저한테 연극에 관한 얘기, 혹은 그 비슷한 다른 얘기들을 계속 해주고 있었고 그런 활동이나 배움이 가능한 것들에 대해서 품어보기도 하는 것 같았고.
혹 다른 제안거리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셔요.
억지로 꾸역꾸역 이어가지마라, 잘 마무리해라, 는 얘기 여기저기서 들었어요. 며칠 고민을 했는데, 지금의 저한텐 억지로 이을 생각도 잘 마무리할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주관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인연이 된다면 처음에 같이 햇던 친구들이 또 할 수도 있고 아니라면 새로운 친구들을 찾을 수 있겠죠.
그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싶은 일을 할 수있는 <백지>라는 장을 자유롭게 꾸려가게 된다면 좋겠어요.
음 나
한자,한문 공부 다시 시작했어요. ㅎㅎ 내년엔 진짜 한자급수시험봅니다! 애기랑 같이할수도 있을 거같아서 좀 오래도록 해보려고요.
급수한자들 보면서 박지원이 어릴때 쓴 소설 원문읽기를 조금씩 같이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하니 역시 한자사전만 들고 하루종일 있게 되네요.
<방경각외전>인데 자서에 이런 말로 시작하더라고요.
友居倫季匪厥疎卑 우거륜계비궐소비
如土於行寄王四時 여토어행기왕사시
親義別舒非信奚爲 친의별서비신해위
벗우(友)가 오륜중에 맨 끝에 있는 것은 벗의 위치가 하찮거나 낮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오행의 토(土)가 사계절 어디에나 붙어 있는 것과 같다.
부자유친(親), 군신유의(義), 부부유별(別), 장유유서(舒) 모두 붕우유신(信)이 아니라면 어떻게 행할 수 있겠냐. (부자간의 친밀과 군신간의 의리와 부부간의 구별과 장유간의 차서도 모두 신의가 아니라면 어떻게 시행될 수 있으랴)
믿음, 信이라는 글자는 회의잔데, 이미 만들어진 글자를 뜻에 따라 모아 만든 거라는 뜻이야.
사람人과 말言이 합쳐져서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다! 라고 해서 만들어진 글자래.
신기하지
요즘처럼 사람말 함부로 믿지 말라는 말 흔하게 하는 때도 없는데 그쟈? 길가다 누가 말걸면 든체만체하고 가라카고 상인들말은 죄 거짓말로 치부하고..흠. 왜 전에 혜원언니의 언니가 가끔 문자로 혜원언니한테 조심하라카면서 들려준 무서운 길거리 이야기들도 다 '말'이었잖어.
그치만 역시 그래도 사람말믿고 사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해.
지난주에 처음 본 연암의 저 글귀도 그렇고.
열렬히 아기를 보살피겠다는 내말도 나 믿고 쌩쌩이 사랑한다는 말, 앞으로 재밌게 놀자는 말도 나 다 믿고 있어^^ 자기주문아니냐고 반문하면 어쩔수없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행복해지더라고. 요즘그래서 행복하다.
음 그러니까 친구들, 친구들 사랑한다는 말도 믿어줘.......^^
어디서 뭘하든 잘해낼거라 믿고 있어. 친구들도 그리고 나도^^
서울오면 신혼방구경시켜줄게 놀러와. ㅋㅋㅋ같이 자도되구.
아림이도 같이 잤다^^ 쌩쌩이 코를 좀 골긴하지만.ㅎㅎㅎ
결혼소식정해지면 전화돌릴게.
꼭 와주면 좋겠다.
울할매랑 아빠만날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벌렁해지지만 그래도 난이제 엄마가 되니깐
힘을내야지! 쌩쌩도 옆에있고^^
주저리말을 되게 많이했네.
그럼 겨울준비 단디해. 오늘아침부터 더 추워졌네.
어젠 쌩쌩이가 털실로 목도릴 만들어서 선물해줬따~~~자랑해야지.
그럼 다들 건강하게 지내고 곧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