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2010. 10. 15. 03:15
이번 구구절절은 루쉰이 아닌, 한겨레21 칼럼 중에서 뽑아보았습니다.(그래봤자 결국 루쉰이야기를 하지만서도) 
신형철 씨가 쓴 <대화의 기술>이라는 글에 인용된 구절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인터뷰를 발췌한 것이라네요.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하면 안됩니다. 거기서 멈춰버리니까요. 대화라는 것은 스테이트먼트가 아닙니다.
훌륭한 퍼커셔니스트는 가장 중요한 소리를 내지 않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쓸데없이 멈춰서는 안 돼요. 그게 기본입니다."(무라카미 하루키)

"훌륭한 퍼커셔니스트는 가장 중요한 소리를 내지 않아요." 이 구절을 읽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글쎄요. '가장 중요한 소리'를 쿵, 혹은 뗑, 하고 들은 느낌과 비슷하달까요. 

저는 이 구절을 읽고는 이런 순간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소리"가 튀어나오고, 대화가 멈추고 정적이 흐릅니다. 하루키 씨의 말에 따르면 '기본'도 안된 대화의 예겠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정적의 그 때, 하나의 문턱을 넘어가고, 존재가 뒤바뀌어 버립니다.
왠지 익숙하지요. 사실 이 장면은 제 상상이 아닌 루쉰이 포착해낸 순간입니다. 어떤 장면인지 떠오르시나요?

제가 떠올린 것은 바로 <복을 비는 제사>의 샹린댁 입니다.
"샹린댁!" 샹린댁은 존재를 바꾸는 이 한마디를 듣고 눈의 광채를 잃어버립니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장면이기도 합니다만, 존재를 바꾸는 한 마디. 저에게는 이것이 더 인상깊게 남네요.
물론 "샹린댁!" 한마디가 하루키 씨가 말한 '가장 중요한 소리' 혹은 '가장 하고 싶은 소리'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저는 무엇인가 말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 것이 정적 혹은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세미나 때 <복을 비는 제사>를 암송하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다른 분들이 암송하는 것을 듣고 이 소설을 다시 한번 더 보게 되었어요. 루쉰 소설에 등장하는 '존재를 바꾸는 한마디'에 대해서도 말이죠.) 

*칼럼 전문을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주소도 올려봅니다.
원래 이 칼럼은 소설 속 "대화의 기술"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이 칼럼을 읽고 소설 속 대화 뿐만아니라,
제가 마주하는 여러 대화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되더군요.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 <대화의 기술>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81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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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