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8일 새벽 6시 8분 이음이가 태어났다. 뱃속에서 살짝 하늘을 보고 있던 탓에 이음이가 나오기까지 2박3일이 걸렸다. 진통이 계속 되는 와중에도 병원에 가기 싫었던 나는 쪼그려앉았다 일어서기, 걷기등의 운동을 하며 이음이가 어서 나와주기를 기도했다. 전날 밤 9시에 양수가 터졌고 밤새 나는 엄청난 진통과 씨름하며 새벽녘에 머리가 꼬깔콘처럼 눌려서 나온 이음이를 만날 수 있었다. 이음이가 나오고 나는 거의 실신했다. 사진속의 나는 '아 이 아이가 내 뱃속에서 자라 나오다니! 신기해' 하는 표정으로 이음이를 보고 있다.
힘들고 아팠던 출산의 과정과 더불어 이 작고 여린 아가를 씻기고 재우고 먹이고 달래면서 나는 모성애라는 엄청난 힘으로 이음이에게 집중했다.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몸은 점점 회복되고 나는 슬슬 다른 것들에도 관심을 두며 이음이에 대한 관심의 비중이 9할에서 8할로, 그리고 7할로 줄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이음이도 눈을 뜨고 팔다리를 휘저으며 세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음이가 제일 관심을 두었던 세상은 엄마, 라는 세상이었다. 엄마가 말할 때 움직이는 입, 깜빡이는 눈과 눈동자, 엄마 손의 움직임을 좇으며 따라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노래하는 엄마를 향해 고정된 이음이의 표정
아마 어느 순간부터 이음이는 엄마인 나의 모오든 움직임과 더불어 미세한 감정변화에도 집중하며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엄마인 내가 이음이를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음이가 나를 더 사랑하고 있음을 의식한 적 없이 반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음이는 나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모오든 것을 다해 온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나는 마치 쌩쌩에게 사랑받는 순간에 느꼈던 감정과 기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사랑받는 처자들처럼 예뻐져야하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이 태어나 처음 배우는 것은 바로 아낌없이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음이는 게으르고 한심한 순간의 나도, 바쁜척하며 이음이를 조금 귀찮게 생각하는 순간의 나도, 안된다고 소리치는 나도, 재밌는 책이나 게임에 빠져 깔깔대는 나도....모두 사랑한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것, 어쩌면 나는 내가 이음이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랑은 또 다시 다른 어떤것,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가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서로가 충분히 넘치는 사랑을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곤하고 고될때도 많지만 그래도 엄마가 홀로 육아와 씨름한다는 말은 이제 나에게 없는 문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음이를 목욕시키고 나서 찍은 사진. 힘이 더 세진 이음이를 목욕시키는 데에 점점 더 많은 힘이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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