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잔잔2010. 12. 17. 22:17

누가 첨 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며칠간의 '풍파'(!)를 겪고 
세미나 준비를 위해 장자를 펼쳤습니다. 이번 주엔 처음으로 세번 쓰기 숙제를 홀랑 다 까먹었더라지요.
더구나 그 전날, 정말 눈물 나게 추웠던 그 화요일, 우준이랑 밖에서 대판 싸우고 몸살까지 얻었어요. 
화공소에서, 연구실에서 선생님, 선배,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일반회원이 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게 아니냐, 쌤이 제게 물었을 때, 
일반회원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고민좀 해보겠습니다. 연구실에서 1년 있었지만 장자를 만났고 한문 공부하는 것외에 같이 꿈을 꾸고 만들어갈 스승이나 동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을 했는데, 우준이는 그 말에 너무 화가 난다고 했어요.
같이 공부한 사람들 전부에게 상처주는 못된 말이라고, 말입니다.
화를 내줘서 고마웠지만, 그렇게 말하는 나도 힘들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못찾았으니까 만들지 못했으니까 앞으로 찾고, 만들고 싶다는 거였는데..

그리고 화공소직후에 도토리회의하면서는, 그거 안 하겠다고 했어요. 일반회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아니라구요. 그랬더니 바로 착착 정리가 되었습니다.
음, 여전히 뭔가 복잡하고 머리도 아픕니다. 아니 비겁하지만, 사실은 이제 그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수요일 아침에 세미나 준비를 하려고 이불 속에서 장자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글쎄, "하필이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세 글자를 딱 만났습니다.

大宗師 크게 스승으로 삼을 중심.

제목을 붙잡고 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왠지 장자가 내 옆에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돋기도 했고.. 갑자기 눈물이 핑돌았어요.
왜 이제 이런 얘기를 하는거야, 화가 나기도 하고.

근데 사실, 그 첫 문장은 장자가 늘 해오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知天之所爲 知人之所爲者, 至矣!
하늘이 하는 일과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다 됐다!


이게 장자의 매력이기도 합니다만, 바로 뒤에 가서는
그런데, 내가 어찌 하늘이 사람이 아니고, 사람이 하늘이 아닌 줄 알겠느냐, 며 발뺌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곧 참된 사람眞人이 있은 후에야 참된 앎眞知이 있다며, 참된 사람에 대해 '구구절절'이야기를 풉니다(3번부터는 "옛날의 참된 사람眞人은......."하는 이야기로 쭉쭉 계속 됩니다). 

하늘이 하는 일은 커녕, 사람이 하는 일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머어얼었찌요.
이제  대종사의 오분의 일 내지는 육분의 일 정도 읽었습니다.
끝까지 읽으면 알 수 있을까요?
훗 당근 아니겠쬬.

아. 대종사라.
갑자기 아림이 김밥천국에서 읽어준 루쉰의 <청년과 지도자> 한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너절한 스승따위를 찾아 나설 바엔 차라리..........' 기억이 잘 안나.
암튼 장자가 말하는 스승師은 루쉰이 말한 그 너절한 스승(?)이 아닐겁니다.
전 장자를 믿습니다(?)
장자가 말하는 스승, 그리고 나한테 있어서 '대종사'는 뭘지..
고민을 해볼랍니다^_^
"참된 사람眞人이 있은 후에야 참된 앎眞知이 있다"는 말을 맘에 새기고 말입니다! 



이상 에세이를 빙자한 윤미의 구구절절이었슴돠.


(호랑이 잡는 할머니연기했던 작년 요맘때에요.  
얼씨구 힘을 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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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잔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