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다 가는데 아무도 글을 안 써... ㅠ  그래서 저라도 올립니다.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인데, 뭐 아무도 안 볼 것 같으니 여기에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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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파주출판단지에 있다보니 매일 아침 파주까지 긴 여정을 떠나곤 한다.(물론 퇴근도 긴 여정이다.) 수유에서 파주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집에서 수유역까지 걸어간 뒤, 4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맞나?)으로 간다. 거기서 2호선으로 환승해 합정에서 내린 뒤 파주행 버스 2200번을 타고 회사까지 간다. 매일 아침 합정역에 가면 2200번을 기다리는 출판계 노동자들의 행렬을 감상할 수 있다.(아... 생각만 해도 갑갑해져..)


이 루트가 신체적으로 (조금) 지치기는 하지만 하루 중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영어 공부, 정보 수집, 일정 체크, 책 읽기 등이 모두 출,퇴근 시간에 이루어 진다. 무엇으로? 바로 스마트폰으로!(엄밀히 말하자면 에그가 딸린 아이팟 4세대. 나는 아직 피처폰 유저라능) 그래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름하야 내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들! 스마트폰은 내 출퇴근길 동반자이므로 출퇴근 루트에 맞춰 정리해 보겠다.


집에서 수유역까지 보도로 15분 정도 걸리는데 상쾌한 아침을 위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파워 워킹을 한다. 멜론 정액제를 사용하고 있어 다양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내 사랑 케이팝, 락, OST, J-pop 등등 장르 불문, 신나면 무조건 듣는다.


지하철을 타는 동안은 영어공부를 한다. '오마이리딩닷컴'에 접속해 매일 하나의 강의를 듣는다. '오마이리딩닷컴'은 정우섭 교수님이 무료료 운영하는 영어학습 홈페이지다. VOA에 올라오는 기사들 중, 하나를 선정하셔서 강독 강의를 해주신다. mp3파일이고 길어봤자 20분이라서 지하철에서도 무리 없이 수강이 가능하다. 선정 기사들도 매 번 다양한 주제들로 이뤄져 있어 영어 공부 뿐만 아니라 정보 습득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몇 개월 공부하고 토익 시험 봤더니 100점이 올랐던 경험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나마 영어를 놓지 않고 있는 게 참 다행이지 싶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어플들. 주로 SNS를 많이 사용하고 그 다음이 메모 기능과 카메라, 전자책 뷰어. 최근 우파루마운틴 게임에 빠져있다.



영어강의를 다 들으면 오늘 새로나온 신간을 확인한다. 어느 출판사에서 어떤 책이 나왔는지 살피고 관심있는 책들은 표지와 보도자료를 챙겨 읽는다. 직접 확인하고 싶은 책들은 즐겨찾기나 트위터로 기록을 남겨 나중에 서점에 가서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신간 확인을 다 하고 나면 합정역에 도착한다. 합정역에서 2200번을 기다리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그 날 업데이트 된 전자책이나 출판업계, IT업계 정보들을 죽 훑는다. 대부분 책 정보이거나 소소한 뉴스들이라 뇌리에 박히지는 않지만 이렇게 매일 읽는 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대충 이 업계가 흘러가는 흐름이 보이게 된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데 막상 말로 설명하라고 하면 잘 못한다. 아직도 내공이 부족한 듯. 계속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읽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왼쪽은 페이스북에서 내가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들. 대부분 출판사나 서점, 출판계 인물로 내 관심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오른쪽은 rss받아보기를 통해 매일 확인하는 정보들이다. 신간이나 베셀순위, 서점 이벤트 등.


버스를 타고 나면 보통 피곤해서 자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질러버린 핫한 책들을 읽기도 하고, 전자책을 읽기도 한다. 저번 달에 전자책 디바이스인 킨들 페이퍼 화이트를 구매했고, 이번 달에 교보문고에서 만든 sam을 구입했더니 아주 읽을 거리가 넘쳐난다. 킨들은 노안으로 눈이 침침해지신 어머니께 빼앗겨 버려서 sam을 이용하는데 킨들보다 가독성이 좋지않아 보다보면 눈이 침침해진다. 반면 어무이는 킨들에 완전 반했다. 화장실 갈때도 쥐고 가신다. 이것이 효도라 생각하고 그렇게 킨들을 놓아주었다.


자, 여기까지가 나의 출근길 스마트폰 사용기다. 굉장히 알차면서 뿌듯하면서 나 자신조차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 스마트한 스마트폰 사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퇴근길은 초 간단하다. 그냥 다운받아 놓은 미드 보면서 집에 간다. 한 번은 미드에 정신 팔려 내릴 곳을 지나친 적도 있다. 일하고 나면 기운이 쭉 빠져서 글이고 뭐고 아무 것도 읽기가 싫어져 버리니 자꾸 미드에 탐닉하게 된다. 게다가 재미까지 있는 걸.


커뮤니티는 갈수록 나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ㅋㅋㅋ지하철에서 혼자 웃기 민망할 정도롴ㅋㅋㅋ


스마트폰은 나에게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여가용 놀이 기기이기도 하지만 공부를 하고 정보를 얻으며 내가 알고 싶은 세상과 접속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SNS를 통해 출판계를 배웠고 그렇게 출판계 덕후가 되었으며 전자책을 배웠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정보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결국 전자책을 제작하는 회사에까지 입사하게 되었다. 이 작은 기계하나가 내 밥줄을 만들어 준 셈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궁금해진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시대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주로 무엇을 할까?  당신에게 스마트폰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Posted by masoume
이야기2013. 3. 3. 14:54

블로그는 역시나 글 중심으로 보여지는 게 맞다는 저만의 판단 하에,

스킨을 기본적인 2단형으로 바꾸었고 매거진 형식 말고 개별 글들을 먼저 볼 수 있게 바꿨어요.

글과 댓글 작성의 기동성을 위하여.

이건 개인적인 제 생각이니 매거진으로 바꿔도 뭐 상관은 없습니다.

배경색도 그냥 벚꽃이 보고 싶어서 벚꽃색으로 했어요. 크크흐흐.

벚꽃 싫은 다크하신 분들은 다크한 색으로 바꿔도 됩니다.


3월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연재 시작이군요.

재미있고 신선하고 참신하며 창의적이고 오감을 자극할 그런 글! 쓰신다면 참 좋겠지만..

업데이트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솨감솨.

그럼, 다들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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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soume
에세이/생명연습2013. 3. 3. 00:05


여러분 안녕, 벌써 3월 2일이네요. 2월 안에 업데이트를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이 글도 그저 주저리주저리 잡담을 늘어놓는것이라 생각해주세요.


1.

핸드폰 화면에 백지 블로그를 홈화면에 추가 해둔 덕에 사실 매일 블로그를 확인하고 옛날에 올렸던 글들도 소소히 읽어보고 있는데요.

뭔가 내 생활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업데이트해줄게 있을 때 써야지 하고, 미뤄뒀더니 나의 방학은 그저 속절없이 흘러버렸던 것이었던..것이었던..것이죠. 정말 별일 없이 살았어요.

이제 내일만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간다면 학교를 가야 합니다. 


요즈음에 저는,

지난 주말에 서울에 갔다온 이후로 쭉 자취방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상경해서 곰사형 연구실에도 놀러갔었어요ㅎㅎ)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흠.


제 일상은 

책을 읽다가 책이 영 눈에 안들어오면 미드를 보다가, 미드도 영 질리면(문제는 잘 안질린다는거) 다시 책을 보다가, 그리고 중간중간 밥을 차려먹고, 과일을 깎아먹는, 그런 생활이었어요. 

답답하면 밖에 나가서 장을 보거나 뜀박질을 하구요. 저 이렇게 삽니다 이렇게 살았어요 여러분!!!!!! 


이렇게 뒹굴거리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학생 신분이 1년밖에 남지 않게되니까, 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돌아보게되더라구요.




  

요즘에는 영 자신이 없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심지어는 가족들에게 제가 요즘 하는 얘기의 팔할이 

'자신없다'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어요.  

그래서일까 책읽는 것도 허둥지둥, 공부하는 것도 허둥지둥, 심지어 밥먹는 것도 허둥지둥하곤 했어요.


그래서 3월에는 허둥지둥하지말고 자신을 잡아보려구요, 그래도 자꾸 흔들릴때면 뛰어보려구요

뜀박질을 하면 이상하게 내가 뭐든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잡생각도 없어지구요.

봄에는 뜀박질! 제 계획입니다. 뛰고나서 숨 좀 가라앉히고 뭐라도 해야겠지요. 




2.

앞으로는 무슨 글을 올려볼까, 했는데 관심있게 읽은 책이나, 혹은 드라마, 강의들을 소소하게 올려볼까합니다.

제 근황이나 소식도 함께요.

제가 요즘 뭘 보는지가 바로 절 말해주지 않겠어요? 

이번에는 그냥 시작의 의미로 간단하게 소개만할게요.


익숙한 반찬만 먹는 제 자취생활(전 질리지 않고 잘 먹긴하지만)을 말해주는...제 미각적, 시각적 굶주림을     

절절히 표현해주는!!!!!  


바로 <고독한 미식가 (孤独のグルメ)>라는 일본드라마입니다.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이유를 알겠더라요. 제가 먹는 것도 아닌데 왜이리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네요.(맛집에 대한 맹목적인 로망을 지니고 있는 저에게 딱맞는 드라마죠.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있습니다.) 


오늘 본 제2화에서는 주인공이 짭잘한 대구조림과 미소장국에 흰쌀밥을 두그릇째 흡입하며 "밥이 맛있다라는 건 행복이다"라고 무심한듯 말하는데요.(다른 편 요리도 참...맛..있어..보여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이 <미스터 초밥왕>이나 <요리왕 비룡>처럼 과함이 없어서 좋습니다. 음식에 대한 절제된 감탄이 보는 저를 울리네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일본드라마<심야식당>과 소재상으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스토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드라마 제목 그대로 <심야식당>은 음식에 관련된 스토리가 "심야식당"이라는는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그만큼 배경 속 '인물'들의 '음식' 이야기에 초점이맞춰진다면,  

<고독한 미식가>에서는 (원작 만화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갑니다. 왜? 맛있으니까! 배고프니까! 촬영장소가 실제 일본의 맛집이라는 점도 흥미로워요.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심야식당>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네요. 특히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앞서 말씀드린것 처럼 "고독한 미식가"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말이 너무 길어지죠? <고독한 미식가>를 정주행한 후 제대로 한번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짧게 소개한다는게,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써서 그런가봐요.


삼월이네요. 다들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그래도 너무 '고독'하게는 말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오프닝 멘트를 끝으로, 저는 한편만 더 보고 자야겠습니다. 

 

"시간이나 회사에 상관없이 

극심한 공복이 찾아왔을 때 츠카노마, 그는 자기 멋대로 되고 자유로워 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먹고싶은 것을 먹는 자신에게 주는 포상,

이 행위야 말로 현대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행위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에세이/명2013. 3. 1. 01:15

작년에 작업한것 중 하나,

그림은 무섭게 나왔는데..그리면서 재미는 있었어....ㅋㅋ

먹은 사람의 무의식적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들었는데........

졸업하고나서 아무 소속없이, 직업없이 둥둥떠다니며 방황하던 내 심정이 표현됐나....?ㅋㅋㅋ

세트로 남자도 있는데, 그건 별로 마음에 안들어........................ㅋㅋㅋ

사실 작년엔 모텔 입구를 주로 그렸는데, 이건 예전 아이들 그림의 연장......

음.........................

 그린 이유는 단순했던 것 같아...

뭐............

내 마음의 자화상 정도로......?!ㅋ

앞으로는 좀 예쁜 그림을 그려볼까도 생각중...^^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도 같으니......

마음을 예쁘게 가져야겠다!ㅋ

무서운 그림에 놀랐다면 미안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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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에세이/잔잔2013. 2. 18. 19:17

 

 

이음이가 태어난지 반년이 넘었다. 만7개월이 넘은 이음이는 두살이 된 2013년 1월1일부터 기어다니더니 이젠 상이나 벽을 짚고 위태롭게 일어서 미소짓는다. 어쩌면 여름이 오기전에 이음이는 걸을지도 모르겠다.

 

 

이음이는 정말 무럭무럭 크고 있다. 애들은 자고 일어나면 큰다는 옛말이 틀린말이 아니다. 낮잠만 조금 오래자고 일어나도 눈빛이 다르다. 내가 노래를 불러주거나 손을 쥐었다폈다하며 '잼잼'이나 집게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찍는 '곤지곤지'를 보여줄때마다 그것에 집중하는 눈빛이 매순간 다름을 느끼고 있다. 내가 보내는 시간과 이음이가 보내는 시간의 깊이나 결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음이가 태어났을때부터 쭉 한결같이 이음이를 대하고 있었다. 배고프지 않게 먹이고, 기저귀가 젖어있지 않게 살피고, 춥고 더럽고 위험한 것으로부터 이음이를 지켜주는 것.

 

12월 25일 이사후 새로운 집에 적응하랴 피곤한 나와 이음이는 며칠 밤잠을 설쳤다. 많으면 두세번정도 수유하고 잤는데 이사온 뒤로 이음이가 대여섯번씩 밤중수유를 요구하는 것이다. 너무 피곤한 나는 그냥 누워서 물렸고 그것이 며칠 반복되자 습관처럼 젖을 물고 자고 싶어했다. 결국 나는 밤새 젖물리고 기저귀갈아주기를 반복하다 새벽녘엔 녹초가 되고 말았고 아침엔 잠을 못잔 짜증과 스트레스로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녹초가 된 나는 이음이와 전쟁아닌 전쟁을 치르게 됐다.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활동영역이 더욱 넓어진 이음이는 저기서 쿵 여기서 쾅하며 울기 일쑤였다. 게다가 이음이가 만지면 안되는 물건들은 주변에 왜이렇게 널려있는지 쫓아다니며 치우기 바빴다. 종이는 먼지가 많아 안되고, 전자제품은 위험해서 안되고, 그릇은 깨져서 다칠까봐 안되고, 신발장이랑 화장실은 더러워서 안되고... 그즈음 내 머릿속을 떠다닌 동요 한구절이 있다.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안돼는 게 너무 많아요~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은 어린시절 까먹나봐~"

 

그렇게 한 일주일 흘렀나. 정말 피곤했다.

그러다 어느 오후 이음이랑 눈을 마추고 노래를 불러주는데 이음이가 눈으로 나에게 뭔가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그순간 팍, 졸고 있는 내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음이는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 반면 나는 늘 '그날이 그날'이었다. 자고 일어나 밥먹고, 이음이 먹이고 재우고, 또 밥먹고, 한자외우거나 컴퓨터하고, 이음이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하지만 이음이는 이불에 그려진 작은 그림도 어제 본거랑 또 다르다는 듯 오늘 다시 눈여겨 보고, 어제 했던 문열고 닫는 놀이가 오늘 또 새롭다는 듯이 즐거워 했다.

여기서 늙어버린 나의 정신세계(!)를 탓하거나 반성하고 싶지는 않다. 그 역시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라 믿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의 모든 일상을 시시하거나 맨날 똑같애서 죽겠다고 여기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반복되고 있는 일상에서 나름의 삶을 가꾸고 있으므로.

중요한 것은 이음이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알게 되었고, 그것에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수많은 추억을 가진 옛친구들을 만날때마다 나는 반가움과 함께 늘 조금은 못된 의문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왜 우리는 만날때마다 과거지사를 들추는 것 밖에 할 수 없을까. 물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의 이야기도 나누지만 주로 옛날이야기들을 즐겁게 소비하고 헤어지기가 일쑤였다. 아무래도 현재 함께 나누고 있는 혹은 나눌 수 있는 어떤 꺼리가 없기 때문이겠지, 하고 나름의 답을 내렸지만 그래도 석연치 않은 뭔가가 있었다. 왜냐면 그렇다고 억지로 뭔가를 하는 것도 웃기고, 물리적으로 쉬운 일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나의 석연치않은 그 마음은 속으로 품고 있어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음이와 부대끼다가 그러한 내 마음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관심關心이다.

쉽게 하는 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좀 웃기다. 관關은 성문을 닫아 놓은 모양의 형성자인데, 국경이나 국내요지의 통로에 드나들던 화물이나 사람을 조사하던 곳(네이버한자사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뭔가 수상하거나 이상한 점은 없나, 저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저 보따리엔 뭐가 있을까..아주 세심하고 면밀하게 봐야만했던 사정이 있는 글자에서 관심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관계,라는 말도 저 관자를 쓴다.

나와 이음이라는 모자관계에서 관심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엄마 눈은 아기를 좇는다. 그렇다 보니 처음이어서 버벅대긴 했지만 매일 달라지는 이음이를 느끼고 거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더럽고 다칠수 있더라도 이음이가 먼저 만져보고 다가갈 수 있게 열어주었다. 그 다음에 더러워지면 닦아주고 다쳐서 울면 안아주면 오케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됐다. 물론 여전히 피곤한 일상이지만 이음이와 투닥거리더라도 '아 도대체 얘가 왜이럴까'하는 그 불편한 마음만은 사라졌다.

모자관계외에도 소중한 관계는 생각보다 많다. 지켜가고 싶은 소중한 관계는 관심을 갖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노력!  관심을 갖고 있을 때만이 적재적소에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함께 할 때 피곤하지 않고 즐거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음이만 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보다. 나도 크고 있다. 늙고 있다. 지키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있는 걸 보니. 참고로 늙는다ㅡ는 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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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잔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