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생명연습2013. 4. 27. 21:34


근황, 다들 잘 지내나요.


 

너무 오랜만이죠.

한 번 마감을 놓치니 계속 눈팅만 하고 막상 글 올리는 걸 차일피일 미루게 되더라구요. 죄송합니다. 그 사이에 올리신 글들 열심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이제 학교 시험이 끝나고 혼자 푹 쉬고 있습니다. 중간고사를 치루고 났더니 4월이 벌써 끝을 보이고 있네요. 나의 사월은 어디로 어느새 벌써 흘러가버렸나. 곧 오월인데 말이죠.

 

원래 시험기간이 되면 온갖 잡생각이 몰려들게 되는데, 이번 시험기간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학교를 떠날 날이 가까워 오는 요즘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좀 추상적인 것까지요. ‘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그래서 괜히 이것저것 책이나 강연을 기웃거리고 있네요.

 

요즘은 팟캐스트로 <벙커1 특강>, 그 중 강신주 선생님의 강의를 반복 재생해서 듣고 있어요. 직접 가서 듣고 싶은데, 금요일 수업이 늦게 끝나서 말이죠.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이럴 땐 참 서울에 살고 싶네요.

 

원래는 이 <벙커1 특강>에서부터 시작해서 제가 자주 듣는 팟캐스트 방송들을 차례로 소개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시험 공부하던 중 아이폰 사진들을 쭉 훑어보다가 제가 오래전에 캡쳐해두었던 글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런 고로, 팟캐스트 방송에 관한 내용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네요. 제가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것은 <소설가의 일>이라는 연재 글입니다.


 

<소설가의 일>, 스토리(story)와 그 후

 

지금은 연재가 끝났지만 네이버 문학동네 까페에서 <소설가의 일>이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2012229일부터 시작해서 2013129, 매주 화요일마다 김연수 작가님이 연재하셨었죠. 그 당시 매일 웹툰을 기다리듯 화요일마다 이 연재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떤 자기계발서나 동기유발 강연에서 듣는 이야기보다 <소설가의 일>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요즘 소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소설가의 일>은 제게 좀 특별합니다. 막상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사는 건 이런 것이다, 이런 주제들을 전면에 세운 것도 아니고 제목 그대로 소설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요.

때때로는 가볍게 읽은 에피소드들도 있고, 몇몇은 마음에 깊게 남아서 캡쳐해서 폰으로 자주 들여다본 구절들도 있어요. 제가 <소설가의 일>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이런 것이에요.

 

과연 하나의 스토리(story)로서 나의 삶은 어떠한?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소설가의 일> 내용을 우선 볼까요.

 



-「이 삶이 너의 이야기라면, 넌 최대한의 너를 원해야만 해(2012. 04.10)」중에서-


영화나 소설에서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사건, 어떠한 액션들이 발생한다는 의미하죠. 만약 아무런 사건도 없다면 그 영화, 소설은 그저 정지되어있는 장면, 책장에 불과하겠지요. 사건이 쌓여 시간을 밀고 간다, 그러한 것이죠.

제가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하루 사는 것도 그와 비슷하게 그럭저럭 인데요. 누구와 싸우는 것도 싫어하고, 기본적으로 부드럽게 마찰 없이 넘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요즘 팟캐스트로 하도 상담코너를 많이 들었더니 갑자기 상담 사연모드가 되네요) 변화를 싫어하고 그다지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게 사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 게 스스로가 지겨울 때가 있잖아요. 별로 살아있는 것 같지 않고 지루할 때. 이야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일상은 거의 정지에 가까운 삶일지도 몰라요. 책장이 아주 느릿느릿 넘어가는 거죠. 무언가를 겪지 않으면, 계속 같은 제 자신으로 살아가니까요.

 

작년 가을인가요, 겨울이었던가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턱을 달달 떨면서 머리를 쥐어뜯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이거 잘못하는 게 아닐까,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이 구절을 혼자 되새겼습니다. 뭐 어때, 결론은 해피 엔딩 아니면, 새드 엔딩인데. 시도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이야기의 차원에서는 등장인물이 원하는 걸 얻든 얻지 않든 신경쓰지 않는다.” 이 구절이 제 마음에 박혀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물론 그 당시 제가 몰랐던 것은, 현실은 소설보다 어처구니없고, 드라마보다 구질구질하게 엔딩을 맺더라는 것이었죠. 참 만만하지 않고 먹먹하더라구요. 망할 놈의 엔딩들은 말이죠. 할리우드 가족영화와 달리 해피엔딩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로구나. 나 같은 인간들의 경우 새드 엔딩이 더 많구나. 소설과 현실이 다른 점은, 소설은 엔딩이 나면 책장을 덮으면 끝이지만, 현실은 엔딩 이후에도 계속되잖아요. 엔딩을 떠안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이 어떤 종류로 끝을 맺던 간에, 새로운 사건에 빠져들 때마다, 오랜만에 저는 제가 살아있다, 라는 자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늘 주위를 관조의 시선으로, 그 표면으로만 미끄러지며 살다가, 세상에 직접 뛰어들게 되니, 많이 당황스럽고, 힘들더라구요.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과 동의어는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엔딩이 끝나고 난 후,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 본 제 자신은, 그 사건을 겪기 전의 나와는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이름이 붙여진 이야기'의 챕터가 한 장씩 늘어난 셈이니까요. 그 뒤로도 저는 <소설가의 일>의 글들을 떠올리며 시도했던 몇 번의 사건들을 통해 그 중 8할은 새드 엔딩을 겪고, 밤마다 후회와 쪽팔림에 이불을 걷어차곤 했습니다만, 간간히 소소하게 해피 비스무리한 것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때로는(특히 요즘은) 살아있는 게 지쳐서, 그냥 깜깜한 심해 속에 있듯 죽어지내기도 합니다.

 

<소설가의 일>의 많은 글 중 아주 일부를 소개해드려서 아쉽지만, 아마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더 재미있으실 거예요. 제 얘기를 더 많이 했네요.

 

요즘 피로를 많이 느낍니다.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었나봐요.

 

 

<소설가의 일> 중 한 부분을 발췌하며 글을 마칩니다. 오월에 다들 얼굴을 볼 수 있겠네요.



롯의 시간은 어떻게 측정하는가그건 행동의 숫자로 측정한다하나의 행동을 하면 시간이 조금 진행된다또하나의 행동을 하면시간이 조금 더 진행한다그래서 플롯의 관점에서 인생을 보자면많은 일들이 일어난 삶과 별다른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삶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많은 일들이 일어난 삶 쪽이 훨씬 더 미래에 가있다내가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느냐는 오직 내가 하는 행동의 숫자에 달려 있는 셈이다. ‘making’이라는 건 바로 이런 뜻이다대장장이가 망치로 내리치면서 조금씩 낫을 만들어가듯이우리는 행위를 통해서 어떤 존재가 되어간다.


-어제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더 많은 일들을 하기를(2012.06.05.) 중에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에세이/명2013. 4. 23. 01:35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왔어요.

이제야 조금씩 기지개도 펴고, 무언가 할 기운도 생기고 하네요ㅋ

친구들이 올린글은 바로바로 읽으며 댓글 달고 싶었는데, 마음이 겨울이라..여유가 없었어요..ㅠ

사실 아직도 긴 글은 쓰기 힘들기에, 사진을 올리며 저의 근황을 전해봐요!ㅋ

 

저번주 수요일.

서양미술사 스터디를 하고 있는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한강에 갔어요.

날씨가 좋았거든요.

네, 세미나는 쨌어요.ㅋㅋㅋ

예전 불꽃놀이 보러 투애니곰 세미나 째고 전기구이 통닭과 맥주사서 남산 올라가 놀았던 일이 생각났어요ㅋㅋㅋ 

역시 갑작스런 일탈이 더 재미난 것 같아요ㅋㅋㅋ

고속버스터미널역에 내려서 한강으로 걸어가던 중 미리 검색해두었던 치킨집에 치킨을 주문하고, 지하도를 건너 한강에 도착했지요.

여기서 첫번째 고민이 시작됐어요..

무지개 분수를 보러 간거였는데..반포대교 오른쪽에서 분수가 나오는지, 왼쪽에서 나오는지..선택의 순간이 온거죠...한동안의 침묵이 오가고 우린 스마트한 사람들이니까 검색을 해보자! 라는 의견이 나왔고, 남산을 보고 섰을때 찍은 사진 오른쪽 편에서 분수가 나오기에, 역시 우린 똑똑하다 자화자찬하며 오른쪽편에 자리를 잡았죠.ㅋㅋ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치킨집 아저씨께 전화를해 우리 위치를 알리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헛소리를 시작했어요.

조금 춥긴했지만 기분은 최고였어요. 

치킨, 맥주를 먹으며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 놓고 가사에 꼬투리를 잡거나 공감하며 따라 부르기도, 춤을 추기도 하며 미친여자들 같이 놀았지요.ㅋㅋ

 

 

정말...망나니 같이 춤추며 놀았아요.... 

한풀이 같은 춤도 추고.. 숨넘어가게 웃었던 것 같아요ㅋㅋㅋ

그런데...그렇게 즐기며 기다리던 분수쇼가 할 시간이 다가왔는데...

우리가 고심끝에 앉았던 곳 반대편에서 분수가......분수가............

물나오는 곳은...랜덤이었던 것일가요......ㅠ?

그래도 신나게 놀았으니 만족해요...ㅋㅋㅋㅋ

치킨을 다 먹고, 우리는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 라면의 유혹에 넘어가...또다시 라면을 끓여 먹었어요..

단돈 2천원이면 은박 접시에 봉지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게 다 준비되어 있더라구요!(물과 시간이 딱 맞게)

계란도 사서 풀어 먹을 수 있어요^^!

저녁이라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도 야간 자전거를 많이 타더라구요.

다음번에 함께 야간에 한강 자전거 투어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ㅋㅋ  

 

취기도 올라 기분도 좋고, 배도 부르고 하니 달리고 싶어졌어요.

잠수교를 달려보고싶은 마음이...ㅋㅋㅋ

그래서 친구랑 반포대교를 걸어서 횡단하기로 결정!!

자정이 가까운 시간 여자 둘이서 다리위를 외국여행자의 기분으로 횡단했어요..ㅋㅋ

 

 네..저 신났어요...ㅋㅋㅋㅋ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신나게 손을 흔들기도 했어요..ㅋㅋㅋㅋ

미친여자 같았겠죠..?

 다리위에 SOS. 저에게도 필요해요.....ㅋㅋㅋ

 다리 위에서 보는 도로는 생각보다 예뻤어요.

그대로 뛰어내리면 그 위를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마약은 하지 않았어요...!!)

다리가 생각보다 짦아서 아쉬웠어요....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함께 갔던 친구랑 올해 서울 다리 투어 하자고 약속했어요^^

반대편으로 건너오니 횡단보도도 존재하더라구요 ㅋㅋ

차들은 쌩쌩 달리는데..신호등은 없어요...좌우를 살피며 재빠르게 건너야 해요!ㅋ 

 반포대교와 잠수대교 사이 육교는 묘한 구조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더라구요.ㅋㅋ

다들 한번 반포대교 걸어서 건너보세요. 외국 관광하는 느낌이에요!ㅋㅋ 

 반포대교를 건너 넘어온 용산에는 정감가는 가게들이 곳곳에 있더라구요.

모범 업소라고 적인 이발관을 보는데, 시간여행하는 느낌이었어요.ㅋㅋㅋ

 막차시간만 아니었다면 저멀리 보였던 남산타워까지 걸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어요...ㅠ

날씨도 좋았고, 처음 간 장소를 여행하는 느낌도 좋았고, 꽃들도 예뻤고. 히힛.

요즘은 이런식으로 많이 걸으면서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며 힐링하고 있어요.

많이 걸으며 새로운 것을을 보면 점점 힘이나는 기분이에요.

오늘도 종각에서 청계천 따라 한양대까지 갔다가 한양대에서 중랑천 따라 저희 집까지 걸었어요.

4시간 조금 안되게 걸렸는데, 그 긴 시간동안 무슨생각을 하며 걸었지 떠올려 보니 별생각 안했더라구요.ㅋㅋㅋ 그저 주변 풍경보며 예쁘다. 좋다. 이런것들만 떠오르고, 별다른 생각없이 주변 경치를 느끼기만 하며 걸은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리속을 정리하려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맑아지고 감정의 정리가 저절로 되고 있는 듯 해요. 별로 상황이 달라진 것도 없는데 저는 점점 봄의 생기를 전해 받은 느낌이에요!ㅋ 다들 찌뿌둥하다면, 조금 오래 천천히 걸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걷다보면 싱그러운 봄이 싱그러운 기운을 전해줄 거라 믿습니다!ㅋ

밤에 마주하는 목련은 참 예뻐요. 예쁜거..함께 느끼자구 마지막으로 목련사진을 올려봤어요..ㅋㅋ

글을 급 마무리 하는 기분이군요.

헤헤.

다음번엔 맛집 소개글을 올려 볼까해요ㅋ

역시 다음 글도 글보단 사진이 많은 듯 하지만...!ㅋ

다들 화사한 봄기운 기운 받으며 싱그러워지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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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에세이/희사2013. 4. 13. 23:43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에요. 일본 교토에서 사는 희사입니다.

요즘 종종 블로그에 들어와 글 읽고 있었어요. 이음이 귀엽습니다...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참 오래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글쎄 그렇게 많이 변한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쪽에선 벚꽃이 피웠어요? 교토에선 올해 벚꽃이 빨리 피고 이미 쳐 버렸습니다.

 


(카모가와-집 근처에 흐르는 강- 에서. 꽃이 한창 피웠을 때...)


올해 봄에는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활통도 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갑자기 감기에 걸렸어요.

일이니 공부니.. 아무것도 않아고 그냥 자고 있으면 여러 생각이 났어요.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자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약을 주러 오셨어요. 밤에 친구랑 놀려고 했지만 취소하고 집에 있겠다고 하면서 일하러 나가셨습니다.  

어머니가 가신 후에 한국에서 돌아오고나서 이제까지 오랜만에 같이 살던 기억들이 났어요.

교토에 돌아오고 나서 저는 어머니랑 참 많이 싸웠었습니다..

아직까지 아이같은ㅎ 나는, 효도는 커녕 일상에서 생기는 그리고 자금까지 쌓여있었던 안 플린 마음들을 잘 다룰 수가 없어 자꾸 화도 냈고 가끔은 눈물도 냈고.... 그랬어요. 
요즘 공자를 읽는데 공자가 그렇게 효도하라는 말을 자꾸하는 것도 그게 어려워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하고요ㅎㅎ


작년에 교토에 이사왔을 때도 벚꽃이 피고 있었는데
올해 봄이 오면서 됐다!는 말, 하나 생각이 났어요.

관계의 압그래이드가 됐나?ㅎ 아무튼 지난 일년을 통해 서로 지금까지 못했던 얘기도 많이 했고 감정도 많이 냈고 그러면서 이젠 지금 느끼는 건 있으나 더 억지로 꺼내야될 옛날의 이야기도 없겠다.. 있어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마음이 드는게 사람들에 피해 난 늦는 걸까..ㅎㅎ?

아무튼 우리는 같이 시간을 지내도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시기가 오지 않으면 서로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 어머니와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투고 부딪히는 건 무서운데 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고요.

그건 요즘 같이 활통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게 느껴요.

다투고 나선 (내가 화를 낼 때가 많지만;;) 그런 사소한 일로 화를 낸 내가 어리석고 후회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관계는 깊어지는구나...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그렇게 같이 시간을 지내다가 중요해지는 것 알았어요.

당연한 일일지 몰라도 잘 되기만 원하는 나로서는 역시 사람도 관계도 넘어지면서 깊어지는구나 라는 것, 느끼기에 참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참, 지현이가 버킷리스트 하자고 그랬지!

음, 생각해 봤는데 지금 내고 싶은 건 두개.

하나는 스웨덴에서 말타기.

난 옛날에 린드그렌이라는 스웨덴의 동화작가의 책을 참 좋아했어요.

그래서 여름의 스웨덴에 동경이 있어요. 가서 자연속에서ㅎㅎㅎ 말을 타 보고 싶습니다, 길게. 

그리고! 오랑우탄을 만나고 싶습니다. 오랑우탄의 애기가 참 귀여워서요. 보루네오에 가고 싶어요. 

이상...


여러분의 편한한 잠을 비면서 갑작스레 올린 글을 마치겠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에세이/여름_2013. 3. 31. 23:56

또다시 봄이 왔다. 4년 전 설레던 마음으로 서울행 기차를 탈 때의 봄, 2년 전 추운 겨울 끝에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며 맞았던 봄. 계절은 똑같이 봄인데 그때만큼 설레거나 기쁘지는 않은 것 같다. 봄은 봄인데 뭔가 밍밍한 이게 봄인가 싶은 그런 기분이다. 예전엔 꽃잎만 날려도 마음이 콩닥콩닥 뛰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젠 내가 봄의 에너지를 못 따라가는 건가! 오랜만에 예전 사진들을 보았다. 옛날 내 모습을 보면 늘 이상한 기분이 된다. 내가 저랬었나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 같기도 하고. 서울에 있을 때의 내 모습을 보면 특히 그렇다. 매주 꼬박꼬박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로 여러분을 만나러 갔던 그때의 마음이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나 무모한 열정이었던가를 새삼 깨닫는다. 솔직히 그땐 그 얘기에 나이 많은 분들이 왜 놀라는지도 잘 몰랐었다. 그만큼 나도 순수한 열망이나 동경을 많이 잊어버린 건지도. 하지만 사실 내 청춘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말이다. 망설이고 방황하고 자연인인 내가 아닌 뭔가가 되어야 한다면 그게 ‘뭐’인지 아직 잘 모르겠는, 그런 상태. 달라진 게 있다면 스물 한 살 그때는 무엇도 아닌 스스로를 내심으로는 자랑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스스로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점일까. 자신의 젊음을 담보로 선택의 시간을 대출한 청춘(靑春)이 봄에 감탄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졸업을 유보하고 결혼을 유보하고. 사회 진출 시기건 결혼 시기건 남녀 불문 몇 년 씩은 뒤로 미뤄진 걸 체감하게 된다. 그래도 일단은 취업준비란 걸 하고 있고 나름 매일의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고는 있으니 이렇게 살다보면 뭐라도 되긴 될텐데, 그게 과연 내가 원하던 인생의 모습일지에 대한 자신은 없다. 그렇게 공허함은 깊어져 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사진은 3년 전 남산에서

 

9와 숫자들(이하 9숫)의 <유예>는 이렇게 떠밀리듯 살아가고 있는 청춘을 노래하고 있는 앨범이다. 달달하고 말랑한 것과는 거리가 먼, 인생 본편이 아닌 번외편 같은, 현재의 행복은 먼 훗날로 계속 밀려나는 그런 끝없는 유예의 시간들. “아프니까 청춘이었지”라고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지 않고 그냥 계속 아프기만 한 시간들. 그런 솔직한 마음이 9숫의 노래에는 녹아 있다.

 

 

조약돌, 종달새, 찢기고 구겨진 흔적만 남은 공책, 화자가 표현하는 현재 자신의 모습이다. 보잘 것 없고 비루하지만 어느 노래가사에서인가처럼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완전함은 결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부족함을 견디지 못해 자꾸 밖으로 도는 모습은 익숙한 너와 나의 과거-혹은 현재- 아니던가. 이제 그는 그런 여정에 지친 듯 보인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중 하나의 색만이 허락된다면 아무도 보지 못하게 모두 검게 칠해버릴 거”라는 말에서는 소통하는 것 자체에 피로해져 자포자기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디까지 유예되었을까? 우리 꿈들은.

 

 

 

혹시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면 ‘눈물바람’을 들어보길 권한다. “언제부턴가 내 등 뒤론 자꾸 시린 바람이 따라붙어 / 도망쳐봐도 이미 내 눈은 / 함빡히도 젖어 있었네”라며 되풀이되는 후렴구를 따라하다 보면 마치 혼자 방안에서 펑펑 울고 났을 때 같은, 그런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9숫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영화로 치자면 신파나 로맨틱 코미디 같은, 과잉 연출된 것이 아닌 일상의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위에 소개한 두 곡은 청춘의 내면심리를 다룬 곡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사랑 노래에서는 보통 기름기가 들어가기 쉬운데 9숫은 굉장히 담담하게 노래해서 참 좋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

 

부끄러운 내 말들에도 밝은 웃음으로 대답해주는 사람

어리숙한 내 몸짓에도 듬직한 손으로 내 볼을 만져준 사람

비가 와도 내겐 우산이 없어 흠뻑 젖은 채로 혼자 걷던 어느 날엔가

힘을 내어 고개를 들었을 때 별로 예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사람이지만

내 눈에는 그대만 보였네 거대한 인파 속에서 나만이 아는 빛으로 반짝이던

그대만 믿었네 이 거친 세상 속에서 난 오직 그대만 좋았네

-9와 숫자들, ‘그대만 보였네’

 

정말 예쁘지 않은가. 잘 세팅된 드라마 촬영장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옆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노래라는 점에서 난 이 곡이 참 좋다. 9숫도 그걸 노렸는지 '그대만 보였네'는 이번 앨범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유예>는 1집 <9와 숫자들> 이후 무려 3년 만에 나온 음반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겸업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색만을 택해야 한다면 모두 검게 칠해버리기”의 현실적인 방법은 낮에는 돈을 벌고 밤에는 꿈을 꾸는 것일까?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어쨌거나 꿈꾸기를 멈추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기적인 목표가 있어도 큰 그림이 없다면 떠밀리듯 사는 인생과 다름없으니까. 좀 더 열심히 아등바등 일하면서 떠밀려나가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래서 요즘 매일 매일의 일과 속에서 틈틈이 버킷리스트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직 시작을 못했다. 다같이 블로그에 버킷리스트 올리기! 이렇게 정하면 좀 빨라지려나 하하. 정윤미양 결혼식 축하를 위한 봄노래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음반 가이드를 빙자한 3월 하소연을 마친다.

Posted by Journey.
에세이/잔잔2013. 3. 31. 14:56

 

 

 

이음이의 기상시간은 보통 6시에서 8시사이. 몸이 아프지 않다면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난다. 그리고 자고 있는 엄마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보거나 때려본다. 그래도 엄마가 일어나지 않으면 혼자 논다. 주로 방안에 있는 장난감피아노를 치고 놀거나 자기서랍을 열어 옷이나 수건을 죄다 꺼내놓거나 개켜진 기저귀를 펼쳐놓거나 화장대수납장을 빼 놓으며 논다. 그러는 중에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면 길게는 1시간까지 그렇게 놀수있다. 그러다 혼자놀기 한계에 다다른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엄마를 깨운다. 때리고 꼬집고 칭얼칭얼. 그럼 나는 일어나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조끼를 입히고 목수건을 해주고 양말을 신겨 거실로 나온다.

내가 전날 밤잠을 설쳐 피곤한 경우엔 쌩쌩이를 깨워 이음이를 맡기고 나는 30분에서 1시간정도 더 잔다. 그 경우가 아니라면 일어나서 아침먹을 준비를 한다. 7개월부터 본격 이유식을 시작한 이음이의 밥도 만들어야 한다. 얼마전부터는 젖먹는 것에서 배부름을 얻는 것 외의 다른 배부름을 요구하고 있다. 낮잠자고 일어나 오후가 되면 나를 주방으로 이끈다. 밥을 달라는 것이다.

아침에도 그렇다. 젖먹고 거실에서 좀 놀다가 나와 썡쌩이 아침을 먹으려 하면, 이젠 꼭 자기도 먹어야 한단다. 그래서 식탁은 늘 정신없다.

 

전에는 쌀을 불렸다가 갈아서 미음을 써줬는데 아랫니 두개가 나면서부터는 그냥 한 밥에 애호박이나 시금치, 연근, 쇠고기, 브로콜리, 감자 등을 잘게 썰어 물과 함께 넣어 푹 퍼지게 끓여서 먹인다. 간은 하지 않는다. 엄마 입맛에는 싱겁고 맹숭맹숭하지만 고맙게도 이음이는 맛있게 잘 받아먹는다. 이음이가 밥이나 먹을 걸 거부한다면 그것은 몸이 아프다는 것. 신기하게도 조금 열이나거나 감기기운이 있으면 잘 안먹는다. 아무래도 몸이 아픈 곳 치료에만 집중하겠다는 표시겠지. 아무튼 이음이는 잘 먹는다!

 

특히 한동안 엄마아빠의 숟가락, 젓가락질을 유심히 살피더니 요즘은 직접 숟가락질을 한다.

숟가락질.

숟가락질!

 

나는 이음이가 숟가락질 하는 모습이 좋다. 숟가락을 쥐고 거꾸로 먹기도 하고 옳게 먹기도 하는데 아무튼 굉장히 집중해서 숟가락을 그릇에 한 번 댔다가 얼굴에 한번 댔다가 그런다. 그 모습이 뭔가 멋있다. 한번은 저녁밥을 먹이다 몰래 동영상을 찍어두기도 했다. 자기가 한 숟가락질을 통해 밥을 조금이라도 먹게되면 내가 먹여줬을때보다 더욱 기쁜 듯 쩝쩝 거리면서 먹는다.

아무래도 이음이의 숟가락질이 내게 멋져보이는 이유는 나는 아무생각없이 무심코 하는 일, 수저를 들어 밥을 퍼 내 입으로 날으는 일을 이음이는 매우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특별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이음이가 새롭게 시도하는 많은 일들은 그러한 이유로 앞으로의 내게 늘 감동이 될터.

 

 

딸기를 손에 쥐고 으깨고 있다 딱딱한 과일은 아직 씹을 수없어 켁켁거리지만 말랑말랑한 딸기는 만만한 이음이!

 

이렇게 하루 두번에서 세번정도 숟가락질을 하고 나면 집안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물론 잠깐이지만. 내가 홀로 다른 짓(!)을 해도 이음이가 그렇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기할일(!)을 한다. 그러니까 나는 나대로 이음이는 이음이대로의 시간이 잠깐동안 이어진다. 서로가 저기에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은체로 자기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것, 나는 그것을 평화라고 생각한다. 지금 집에서 가질 수 있는 이음과 나의 평화. 생각해보니 평화라는 말도 그렇다. 밥을 나눠 먹는 게 평화平和다. 수확한 벼禾를 고르게平 나눠 먹는 것口. 물론 그렇게 서로 밥을 나눠 먹고 오는 평화는 잠깐이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그 잠깐의 시간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비단 이음과 나만의 평화만 그러할까. 거시적안목의 평화도(!) 밥을 나눠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갑자기 멀리갔다. 간김에 더 가볼까. 요즘 유행이라는 '먹방(먹는방송)'도 어쩌면...음. 돌아와야겠다.

 

 

 

 

다먹은 빈그릇을 들고 좋아하는 이음이 얼굴에 평화가 한 가득 보인다!

마무리로 시 한편 더해본다.

 

 

꽃으로 시작하다

이영식

네 살배기 처조카 꼬맹이가 숟가락질을 한다

장난감처럼 작은 수저로 밥덩이를 실어 나른다

흰밥을 수북이 떠 입가로 가져가지만

밥알은 절반 넘게 숟가락 밖으로 뛰어내린다

아이는 무릎이며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줍지 않는다

밥을 얻기 위해 한 삽의 무엇도 해본 적 없는

조그마한 입에 밥은 목적이 아니다, 놀이다!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는 저 지극함

내 풍진 묻은 손으로는 따라할 수 없는

장난감 나라 먼 축제처럼 보인다

아이가 떨어진 밥알을 방바닥에 으깨어 붙인다

한두 송이 이팝나무 꽃으로 피어난다

희망처럼 씹었지만 비굴이 되기도 하는 밥

볼에 핀 밥풀을 떼어 먹는다, 아이는

기나긴 여정의 발원지이자 종점인 숟가락질을

꽃으로 시작하고 있다.

<현대시, 2010 2월호>

 

 

 

 

Posted by  잔잔